달러∙원 환율은 어제 1280원에 마감했습니다.
요즘 환율이 올라가는 이유는 대략 이렇습니다.
유가∙주가급락 → 위험한 회사뿐 아니라 우량한 회사들의 회사채도 불안 →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 어려울 가능성 대두 → 현금(달러) 확보 경쟁 → 달러 가격 급등
우리가 매달 신용카드 카드론을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데 카드사에서 다음달에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막겠다고 통보를 해오면 현금을 구하기 위해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내다팔기 시작해야 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달러 확보 경쟁은 미국 금융기관이나 우리나라 금융기관 모두에게 떨어진 숙제입니다만, 우리나라 금융기관, 특히 증권사들은 요즘 달러를 더 많이 구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해외 투자 때문입니다.
해외 주식이나 파생상품에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에는 추가 증거금을 보내야 하는데 달러로 보내야 합니다.
최근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 규모가 만만치 않습니다.
해외 투자를 나갈 때 환헤지를 위해 미리 달러를 빌려서 내다팔고 환율을 확정지은 후 투자를 한 경우, 처음에 빌린 달러의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대환대출을 해야 합니다.
먼저 빌려준 쪽에서는 만기 연장을 안 해주고, 새로 빌려 올 곳을 찾기가 어려우면 역시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를 구하러 다녀야 합니다.
외화자금시장은 외화를 빌리는 시장이고, 외환시장은 외화를 사는 시장입니다.
증권사들은 고객들이 해외 투자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달러를 갖고 들어오기 때문에 달러를 사들이는 것보다는 빌리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들어온 달러로 갚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달러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달러 전세난입니다.
요즘 재미있는 현상 중에 하나가 CRS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인데요.
CRS 금리는 달러를 빌리면서 받는 이자입니다.
‘빌리면서 이자를 받는다’는 표현이 좀 낯설지만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를 빌려올 때는 그 달러에 해당하는 원화를 담보로 맡깁니다. (이걸 스와프라고 합니다)
그런데 원화의 금리가 달러의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달러를 빌려주고 원화를 받아가는 사람은 늘 이익입니다.
그래서 그 이익을 상쇄하기 위한 이자를 달러를 빌려간 쪽(원화를 빌려준 쪽)에 주는데 그게 CRS 금리입니다.
CRS 금리는 언제나 플러스인 것이 정상인데 요즘은 마이너스 1% 수준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서울의 아파트(원화)와 지방의 초가집(달러)을 서로 맞바꿔서 1년간 살기로 한 경우 대개는 서울의 아파트를 빌려주는 쪽에 초가집 주인이 이자를 지급하는 게 보통이지만 서울에 오염이 심해지거나 전염병이 돌거나 해서 시골의 초가집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서울 아파트 소유자가 오히려 이자를 줘야 하는 상황도 생길 텐데요.
요즘이 그런 상황입니다.
외화자금시장에서 이자(CRS금리)가 비싸서 자금을 못 구하는 경우는 나중에 달러가격(환율)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그냥 현물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기도 합니다.
환율이 오르고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행히 어젯밤에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서 달러 값은 조금 내려갔습니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 때도 한미 양국은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는데요.
당시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를 막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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