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 수수료, 낮출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두 가지 정도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1. 법으로 정해져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수수료가 정해진 게 아니라 ‘상한선’만 정해놨습니다.
그 상한선을 넘으면 안되지만 그 아래로는 얼마든지 협의해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대개는 그 상한선이 중개수수료가 되고 있습니다.
그 상한선 아래에서 수수료를 얼마로 협의할 지를 공인중개사와 소비자가 만나서 협상을 해야 하는데 부동산의 거래 과정에서 그럴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2. 거래 대상 부동산의 가격이 비쌀수록 중개수수료율 상한선은 낮아집니다.
2억원~6억원 사이의 매물은 중개수수료율 상한선이 0.4%인데 6억원~9억원인 매물의 수수료율은 0.3% 입니다.
(당연합니다. 싼 매물이라고 힘이 덜 들지 않고 비싼 매물을 중개한다고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9억원 이상의 매물은 0.9%로 상한선이 올라갑니다.
그 이유를 아무도 모른채 수십년간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2번 문제는 아직 손을 못대고 1번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보기로 했습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 중개수수료에 대한 설명을 하고 그걸 계약서에 꼭 넣도록 강제하겠다는 겁니다.
현실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는 정책입니다.
계약을 하려고 하는 순간 중개수수료가 맘에 안든다고 그 계약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계약 순간은 소비자의 중개수수료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는 순간이라서 현재의 관행대로 ‘상한선=중개수수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협상의 여지를 남기려면 매물을 처음 보기 전에 수수료 협상을 끝내거나, 계약 직전이라도 수수료가 맘에 안들면 다른 중개사를 찾아가서 그 매물을 중개해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중개사들이 그런 손님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 동네의 다른 중개사가 먼저 보여준 매물을 소비자가 다른 중개사에게 중개를 해달라고 할 때 그걸 받아들이면 그 중개사는 그 동네에서 사업을 하기 어렵습니다.
중개인들이 그걸 응징하는 차원에서 중개사에게 그 동네 매물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개수수료가 경쟁적으로 낮아지려면 그런 수수료 불만으로 계약이 깨진 매물만 전문으로 중개하는 중개사 자격을 가진 공무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 매물을 다른 중개사를 통해 계약할 방법이 없다면 소비자는 수수료 협상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적절한 중개수수료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입니다.
집을 두어개 보여주고 계약서를 써준 것으로 수백만원의 중개수수료를 요구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계약건이 그 동네에서 자주 있는 게 아니라면 건당 수백만원을 받아야 사무실을 유지하고 생계비를 벌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중개수수료를 자유경쟁에 맡기고 중개수수료를 소비자와 알아서 협상하도록 하려면 1. 매물을 보기 전에 수수료를 협상하기, 2. 아니면 계약 직전에 수수료 합의가 안 돼서 성사되지 못한 계약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중개사가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2번의 대안이 존재한다면 소비자는 늘 매우 낮은 수수료를 제시할 것이고, 그 단계까지 가면 중개사에게 불리해지는 것을 아는 중개사들은 대부분 1번으로 갈 것입니다.
성사되지 못한 계약을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중개사는 그럼 생계가 어려워지겠죠.
그럼에도 그런 중개사는 계속 존재해야 하므로 그 중개사는 공무원이어야 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