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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이후의 시나리오

탄슈 2020. 2. 10. 15:38

바이러스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라서 그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살피는 게 매우 비인간적이긴 합니다.

그리고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방역을 강화할수록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집니다.

반대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면 방역과 차단을 좀 느슨하게 해야 합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는 사건이지만 그걸 따지고 계산하기가 좀 미안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금융시장에서는 이 바이러스 확산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물밑에서 치열하게 계산하고 있습니다.

그 계산의 결과 몇 가지 도출되는 결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펀더멘털의 훼손이 아니라 회복의 지연일 뿐이다.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집안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만듭니다.

경제활동이 거의 대부분 중단됩니다.

쇼핑도 안 하거나 덜하고 제조와 운송도 멈춥니다.

사람들이 돈을 쓰지 못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경제 위기나 불경기는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으려는> 현상에 따른 결과들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특별히 돈을 쓰고 싶은 재화의 부재 등 여러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자발적인 비소비에 따른 결과입니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의한 경기 위축은 사람들이 <돈을 쓰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소비의 위축이 단순한 불경기에 비해 훨씬 큽니다.

불경기가 사람들이 변비에 걸린 것이라면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하강은 공중화장실이 고장난 것과 비슷합니다.

화장실 이용횟수가 급감하는 정도가 훨씬 큽니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길게 이어지지 않고 마무리된다면 사람들의 소비활동은 다시 돌아옵니다.

심리적 현상에 따른 소비 부진이 아니라 단순히 매대에 물건이 떨어져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그동안 소비하지 못한 것까지 몰아서 소비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위축은 그 타격이 숫자로 드러날 경우 숫자에 담겨진 충격은 생각보다 크겠지만 그 회복도 매우 빠를 것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충격을 매우 크게 받는 나라 중에 하나일 걸로 보입니다.

지리적으로나 산업적으로나 중국과의 연결이 긴밀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일시적으로 3%대로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로 보는 기관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회복속도도 매우 빠를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부양책을 강하게 쓴다면 오히려 하반기 이후에는 그 부양책으로 인한 과잉 유동성을 경계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 상황이 장기화되면 일이 커진다

그러나 큰 충격과 빠른 회복이라는 이런 가정은 바이러스의 확산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는 가정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사태가 길어지면 위기가 실재화됩니다.

지금은 공장이 잠시 문을 닫아 조업이 중단되는 것 뿐이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그 중단으로 인해 기업의 부도와 공급망의 훼손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그 이후에는 조업이 재개되어도 그동안 거래해오던 저 회사에 과거처럼 주문을 줘도 되는 건지 현금을 미리 받아야 되는 건 아닌지 등 신뢰의 균열이 생깁니다.

 

중국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정도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중국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제품 상당수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이 글로벌 공급망 사슬(supply chain)이 깨질 경우 중국보다는 미국이나 중국 이외 국가의 기업들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최종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에서 중국이 가져가는 부가가치보다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가져가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르바이트생이 아파서 식당에 못나오면 아르바이트생의 수입 손실보다 식당 주인의 수입 감소가 더 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은 이 문제로 인한 부정적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 세계화의 후퇴가 시작되는 단서일 수도

성급한 전망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나타나는 사건이나 변화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들은 그동안 진행해 온 세계화가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중국과 미국의 무역 갈등 역시 중국과 미국이 너무 가까워진 탓에 생긴 결과입니다.

미국 회사가 디자인한 제품을 중국 회사가 만들어서 전 세계에 판매하는 역할 분담은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일자리 상실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왔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에 모두 이로운 일이긴 하지만 자동차의 보급으로 일자리를 잃은 마부와 같은 근로자 계층이 늘어나면서 이에 저항하는 정치세력도 힘을 계속 키우고 있습니다.

 

이번 바이러스 확산 사태 역시 50년 전이었다면 아무 문제도 아니고 아무도 걱정할 일이 없는 단순히 중국의 한 도시에서 전염병이 돌고 끝날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21세기에 생긴 중국의 바이러스 문제는 아무 관계 없을 것 같은 스위스 농부나 한국 노점상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세계화가 꼭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의 흐름을 강화하는 또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부품 수급망을 국내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런 배경입니다.

 

세계화가 가져온 결과는 물가의 하락입니다.

전 세계 어디서 만들든 가성비 높게 저렴하게 만들수 있다면 그렇게 한다는 게 세계화입니다.

만약 세계화가 뒤로 후퇴한다면 가장 먼저 다가올 현상은 수입물가의 상승일 것입니다.

 

세계화의 후퇴가 유발하는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인플레이션과는 다를 겁니다.

이때는 불황이지만 가격은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세계화의 후퇴는 전체적인 소득의 감소를 가져오므로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 제품 가격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은 중국산 TV가 미국에서 50만원에 연간 1000만대가 판매되지만 세계화의 위축이 나타나면 미국에서 만든 미국산 TV가 개당 80만원에 연간 300만대쯤 판매되는 데 그칠 것입니다.

 

 

■ 정리하면...

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 바이러스의 창궐이 얼마나 길어질지에 따라 다릅니다.

많은 과학자들의 예상대로 서너달안에 마무리된다면 경기는 브이자형 추락과 반등이 나타날 것입니다.

만약 그 예상이 틀린다면 중국보다는 오히려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에 미칠 파급효과나 악영향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