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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는 코로나 때문에 내리는 게 아닙니다

탄슈 2020. 3. 3. 11:50

지난 2월 마지막 주 S&P500이 12%나 하락하는 등 미국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연일 상승하던 미국 주가가 하락하자 시장에선 미국 경기 침체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 1. 미국 주가가 급락한 건 코로나19 때문 아닌가요?

물론 직접적인 이유는 코로나19가 미국까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이유는 미국 주가가 기업수익이나 경제를 과대평가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가가 폭락하기 전에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9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예일대학의 로버트 실러 교수가 만든 경기조정 PER**도 최근 32까지 올라갔습니다.

닷컴버블 때보다는 낮지만 미국의 금융위기 발생 전 해인 2007년 수준을 훨씬 넘어섰습니다.

제가 미국의 산업생산, 소매판매, 고용 등으로 평가해볼 때도 지난 1월 말 기준 주가가 경기에 25% 정도 앞서갔습니다.

 

 

■ 2. 그러면 미국 증시가 이제 하강 국면이라는 건가요?

미국 미시간대학에서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주식시장 심리를 조사하고 있는데요.

2월 응답자의 66%가 올해 미국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과거 경험에 따르면 낙관 수준이 60%를 넘어섰을 때, 곧바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월 주식시장 낙관 정도는 2007년 초보다 높은 상태였습니다.

2007년에 60%를 넘은 후, 2008년 S&P500가 47%나 폭락한 적도 있었습니다.

 

1965년 이후 통계를 분석해보면 대체로 주가가 정점을 찍는 순간은 경기가 정점인 때보다 2~11개월가량 앞섰습니다.

물론 최근의 주가가 정점이었는지 판단하기에는 이릅니다.

다만, 그렇다고 가정하면 2009년 6월을 저점으로 역사상 최장기 확장 국면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의 경기 확장국면도 조만간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경기가 수축국면에 접어들면 주가가 더 떨어지는데요.

통계적으로 경기 정점 이후엔 주가가 평균 11개월에 걸쳐 23% 하락했습니다.

가장 최근의 경기 정점은 2007년 12월이었는데요.

그 이후 17개월 동안 주가가 49% 폭락했습니다.

당시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낙폭도 컸습니다.

 

 

■ 3. 미국 정부와 연준이 대응해서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있지 않나요?

당연히 미국 정부가 가만 있진 않을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를 하고 정부 지출을 더 늘리려 할 것입니다.

특히 연준은 다시 금리를 과감하게 인하할 것입니다.

최근 선물시장에서는 3월 18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0%포인트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연준이 계속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현재 1.50~1.75%인 연방기금금리가 12월에는 0.50% 정도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12월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연준 위원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상황이 그만큼 빠르게 바뀐 것입니다.

 

금리를 내릴 경우 일시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정책 효과는 2009년만큼 크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선 미 연방정부의 부채가 지난해 9월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06%로 매우 높습니다.

2007년 말 64%에 비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또한 지난번 위기 전후에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5.25%에서 0%까지 내렸는데, 현재 1.50~1.75%이기 때문에 내릴 여지도 그만큼 크지 않습니다.

또한 기업과 가계가 부채를 상대적으로 줄여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금리가 투자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보다는 작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정리하면...

미국 주가가 정점을 치고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이후 단기 금리(3개월 만기 국채)가 장기 금리(10년 만기 국채)보다 높아지는 등 그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가 정점 이후 경기 정점이 왔고, 이 경우 주가가 더 하락했습니다.

앞으로 발표될 각종 경제 지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동향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