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스타벅스'의 사기극 전말
‘중국판 스타벅스’라고 불리며 중국 커피 산업의 신화가 된 기업이 있습니다.
2017년 10월 베이징에서 창업해 2018년 1월 베이징과 상하이에 처음 매장 문을 연 루이싱 커피가 그 주인공입니다.
루이싱커피는 그 뒤 단 1년 만에 2억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매장도 1700개 이상 열었습니다.
■ 중국형 전략으로 승승장구하던 루이싱 커피
중국 커피 시장에 맞춘 차별화 전략 덕분이었습니다.
픽업에 적합한 형식으로 매장을 오픈하고, 회원 가입을 하면 첫 잔을 무료로 줬습니다.
커피 값도 스타벅스보다 20~30% 저렴했습니다. 여기에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했습니다.
이런 정책들 덕분에 빨리 성장했지만, 손실은 막대했습니다.
창업 첫 해인 2018년에 8억4000만위안(약 1470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영업손실은 매출의 두 배가량 됐습니다.
루이싱 커피는 이런 적자 폭에도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2019년 1월에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려 중국에서 스타벅스를 제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 5월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당시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 가치를 인정 받았고, 5억6000만달러(약 6800억원)를 조달했습니다.
■ 2년 만에 중국 커피 프랜차이즈 1위로
루이싱은 실제로 스타벅스보다 많은 매장을 열었습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4000여개의 매장이 열렸습니다.
중국에서 매장 수가 가장 많은 커피 프랜차이즈가 됐죠.
적자폭도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9년 3분기에 15억위안(약 2500억원)의 매출, 영업손실 5억3000만위안(약 950억원)을 기록하며 손실률을 줄였다고 공시한 것입니다.
당연히 주가도 올랐습니다.
상장 당시엔 주당 17달러 정도였지만, 올 1월 초에는 5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시가총액도 10조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 회계 부정에 주가 80% 급락
그런데 루이싱 커피의 주가는 4월 2일 하루 사이에 75.6% 급락했습니다.
2019년 3분기 이후 루이싱 커피의 재무 실적이 대규모로 조작되었다는 내용이 담긴 리포트 때문이었습니다.
이 리포트에는 상당수 매장을 직접 촬영하고 영수증 수만 장을 확보해 분석한 내용이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리포트를 작성한 회사는 일전에도 오리엔트 페이퍼라는 중국 회사의 사기 행각을 밝혀낸 머디 워터스라는 리서치 회사입니다.
머디 워터스라는 이름은 ‘물을 혼탁하게 만든 뒤, 모여든 고기를 잡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혼수모어(混水摸魚)’에서 따온 것입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의 빠른 성장이라는 스토리만 보고 몰려드는 투자자들이, 결국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름입니다.
중국 시장에 최적화된 커피 사업 모델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나스닥에 상장한 루이싱 커피가 실적을 조작해 온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와 맞물려 루이싱 커피의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 역시 다시 한 번 바닥을 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