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단지, 임대주택 비율 크게 늘리는 이유는?
이르면 8월부터 서울에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는 재개발 예정 구역에서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이 기존 최대 20%에서 최대 30%로 높아집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규제개혁위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15%였던 의무공급 비중의 상한선은 20%로 높아졌고, 지방자치단체가 주택 수급 상황에 따라 올릴 수 있는 임대 비율은 기존 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상향됐습니다.
특히 이는 서울시와 같이 임대주택공급 비중을 늘리고 싶어하는 지자체에게 더욱 강력한 제도로 다가갈 것 같습니다.
지자체가 조례를 개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실제 시행은 8월부터 이뤄집니다.
■ 재개발 임대 주택이 뭔가요?
재개발 지역의 철거민들에게 공급하는 주택입니다.
월 임대료가 20만원 안팎으로 저렴하고, 철거 세입자에게 공급하고 난 다음에도 물량이 남으면 저소득계층에 공급합니다.
입주 후 최대 10년 동안 거주할 수 있습니다.
서민∙취약계층에 공급되는 임대 주택은 주거 안정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재개발의 사업성을 낮춥니다.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일반분양 세대가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장려하던 지난 정부는 이 의무 공급 비율을 현저히 낮췄습니다.
2014년엔 수도권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 하한을 시∙도지사가 결정토록 하고, 상한선을 20%에서 15%로 바꿨습니다.
인천시 등 일부 지자체에선 이 비율을 0%로 내리기도 했죠.
서민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서울시를 포함한 전국 광역시의 구도심 재개발 사업은 호황을 맞았습니다.
■ 임대 주택 의무공급 비율을 늘려서 재개발 사업이 어려워지면, 결국 주거 불안이 심화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재개발은 주택 공급을 오히려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이후엔 세대 수가 오히려 15% 정도 감소했습니다.
재개발 전에 다닥다닥 몰려있던 작은 평수 다가구주택을 허물고, 넓고 쾌적한 아파트를 짓기 때문이죠.
게다가 아파트에는 기존에는 없던 널찍한 주차장과 상가, 놀이터 등도 생깁니다.
이렇게 새로 생긴 지역의 집값은 당연히 이전보다 높아집니다.
투자 수요도 자극하는 효과를 낳죠.
그래서 기존에 그 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합니다.
때문에 재개발은 주거의 질은 높이지만, 주거 불안을 야기합니다.
서울시 인구는 2011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 여기엔 재개발도 한몫했습니다.
■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서울시 등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자 하는 지자체는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중을 최대한으로 설정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개정 이후에도 최대치를 적용해서 전체 주택의 3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게끔 할 방침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로 인해 재개발 사업에 타격을 받는 민간 재개발 사업자들이 상당수 생겨날 걸로 예상됩니다.
현재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단지들의 경우 8월 전까지 속도를 내서 사업인가를 받으려 할 테고요.
반대로 8월까지 인가를 받지 못한다면 재개발 자체가 장기간 지체될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정부나 서울시의 일관된 태도는 ‘공공 확대’입니다.
현재 정부는 주거복지로드맵 2.0(2025년까지 공공 240만호, 공적 460만호 공급)을 목표로 주택수급 계획을 짰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사업들의 공공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제도 변화 역시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제도 변경이 바로 실감할 만한 변화를 만들어내진 않습니다.
시간이 꽤 흐르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텐데요.
2014년의 관련 규제 완화가 그랬듯이 이번 규제 강화도 2~3년 후부터 영향을 발휘할 것입니다.
재개발 사업성이 낮아진다면 사업 초기 단계인 강북권 재개발 단지의 조합원 입주권 가치에도 훼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재개발 시에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의 비율이 최대 30%로 높아졌습니다.
재개발 사업성은 떨어질 걸로 보입니다.
일부 단지 조합원의 입주권 가치도 낮아질 겁니다.
이 정책이 영향을 발휘하는 2~3년 후엔 재개발 단지가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