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등, 세계 경제 회복 신호일까?
요즘 중국에서 나오는 경제지표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끕니다.
중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사라진 대표적인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가 한 풀 꺾인 나라에서는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두들 궁금해합니다.
물론 나라마다 주요 산업의 구성도 다르고 정부의 정책도 달라서 중국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몇 개월 후에 다른 나라에서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관심거리입니다.
■ 중국 경제지표
지난 주말에 중국의 1분기(1~3월) 경제지표가 나왔습니다만, 아직은 별로 좋지 못합니다.
1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8% 를 기록했고, 다른 경제지표들도 전년 동기 대비 하락 추세를 이어갔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지만 아직 경제활동이 크게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살아나서 올해 전체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2%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올해의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무려 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입니다.)
■ 유럽, 미국 경제지표
IMF는 올해 유럽과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5.9%와 -7.5%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그들보다는 훨씬 나은 경제 상황을 보일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요즘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들이 여러 연구기관들에 의해 쏟아지고 있습니다만 신뢰도는 매우 낮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래도 어떻게든 전망해보라는 사회적 요구 또는 투자자들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놓는 수치들입니다.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참고로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일본 -5.2%, 영국 -6.5%, 러시아 -5.5%, 브라질 -5.3%, 한국 -1.2%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 정도가 1% 대의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과 인도도 전년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면 큰 폭의 하락입니다.
중국은 지난해에 6.1%, 인도는 7.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 유럽, 미국, 중국도 아직은 나쁘다는 뜻?
긍정적인 신호도 있긴 합니다.
중국의 경제지표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실업률입니다.
2월에 6.2%이던 도시 실업률은 3월에는 5.9%로 낮아졌습니다.
아직 경제가 침체 중인데도 실업률이 개선된 것은 중국 경제가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 문제로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사람들이 서로 대면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와 소득이 발생하는 서비스업은 고용을 늘리지 못할 테지만,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은 정부가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하면 소비심리 회복과 무관하게 공장을 돌릴 수 있고 직원도 새로 고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실업률 호전은 이런 이유에서 기인합니다.
중국의 전체 국내총생산 가운데 제조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합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이 비율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서비스업 비중이 낮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회복 속도가 다른 국가들보다 더 빠를 것임은 자명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한 불안감으로 대면 접촉을 계속 줄일 것이고 서비스업의 고용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온라인 구매를 통해 생필품은 더 많이 구입할 것이라서 제조업은 보다 수월하게 회복될 것입니다.
심지어 서비스 구매를 줄인 탓에 생긴 여유 소득으로 어떤 것들을 구매할지에 따라 과거보다 매출이 늘어나는 업종도 꽤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는 GDP 대비 제조업 비중(전체 부가가치의 몇 %가 제조업에서 나오는지 보여주는 수치)가 28% 정도로 중국보다 약간 낮은 수준입니다.
일본과 독일은 21%, 미국과 이탈리아는 10% 초반 수준입니다.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입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서비스업 비중이 낮고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것은 제조업이 잘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서비스업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었습니다.
내수 시장이 작아서 대기업이 애초부터 서비스업보다는 수출을 겨냥한 제조업에 주로 뛰어들었고 관광, 숙박, 식당 등 서비스업은 민간 자영업자들의 몫이어서 부가가치를 별로 생산하지 못하는 낙후된 산업이었습니다.
그래서 늘 서비스업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덜 발달된 서비스업은 오히려 경기 충격을 줄이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경제가 좋아진다?
전체 경제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들, 특히 해외 관광객에 대한 서비스업으로 먹고 살던 나라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치명적인 수준이 될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종식된 후에도 재발을 막기 위해 관광객의 유입을 막는 일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A국이 관광객 입국을 자유롭게 허용하더라도 B국이 해외 여행을 다녀온 자국민을 일정기간 격리한다면, B국가의 국민들은 해외 여행을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조업 비중이 높은 중국과 한국 같은 나라들은 이런 서비스업 중심의 나라로 물건을 팔지 못하면 역시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서비스업 중심 국가들의 소득이 낮아지면 이들 시장에 제품을 파는 제조업 중심 국가들도 타격을 입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다소 줄어든 중국과 한국의 경제지표가 미국, 유럽, 일본보다는 빠르게 좋아질 수 있겠지만 미국, 유럽, 일본의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제조업 가동률은 다시 떨어질 것입니다.
우리의 고민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곧 종식되면 미국과 유럽 등 서비스업 중심 국가들도 경기가 V자로 반등할 것이냐입니다.
그래야 제조업 중심국가들도 함께 반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망은 어둡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잠시 사그라들었다가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경계심은 계속될 것이며 사람들의 경계심이 남아있는 한 투자도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코로나는 사라졌으니 호텔을 새로 짓고, 항공기를 구매하자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
투자가 원활하지 않은 산업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힘듭니다.
중국의 경제지표는 아직 나쁘지만 빠른 반등의 조짐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건 중국 고유의 특성에 따른 것이지 다른 나라에도 적용될 일반적인 흐름은 아닙니다.
그리고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다른 선진국들의 상황이 호전되지 못하면 중국 등 일부 제조업 국가의 상대적 호전도 일시적 현상에 머무를 가능성이 큽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꽤 줄어들더라도 서비스 산업은 쉽게 V자 반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