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투자 시기는?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격은 보통 주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주식과 채권을 60 대 40 비중으로 투자하는 방식은 리스크를 줄이는 포트폴리오의 정석으로 여겨졌습니다.
문제는 경기 침체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0으로 낮춰 채권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비싸졌단 점입니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금리가 낮을 땐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채권에 대한 수요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초저금리 시대에도 채권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미국 금리를 살펴보겠습니다.
■ 1. 그동안 채권 가격은 어땠나요?
미국의 대표적 시장금리는 국채 10년물 수익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국채가 1953년 4월부터 발행되었는데요.
당시 연 2.83%(월 평균)였습니다.
그 후 상승추세를 이어가면서 1981년 9월에는 15.32%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이를 정점으로 20여년 동안 하락추세를 이어왔지요. 올해 3월에는 0.66%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채권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단 뜻입니다.
■ 2. 시장금리를 예측할 때 참고할 지표가 있을까요?
물가상승률을 보면 도움이 됩니다.
앞서 말한 금리는 명목금리입니다.
명목금리는 실질금리와 물가상승률의 합으로 표시됩니다.(피셔 효과)
실질금리는 사전적으로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대용변수로 실질 경제성장률이 사용됩니다.
결국 실질 경제성장률 혹은 물가상승률이 금리 추이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시장금리(국채 수익률)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 3. 앞으로 미국 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단기적으로 금리는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로나19로 미국 경기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연율로 마이너스 4.8%로 발표되었습니다. (경제가 이 속도로 성장한다면 2020년 성장률이 -4.8%가 될 거라는 뜻입니다)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하는 2분기에는 마이너스 30%(연율) 안팎으로 1930년대 초반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3~4월에는 비농업부문의 일자리가 2137만개 줄었습니다.
그 이전 10년간 늘어난 일자리(2274만개)가 두 달 만에 사라져버린 겁니다.
그래서 미국 중앙은행(연준)은 지난 3월에 기준금리를 1.75~2.00%에서 0.00~0.25%로 내렸습니다.
게다가 연준은 시장에 돈을 공급하기 위해 국채와 회사채, 기업어음 등을 엄청나게 사들이고 있습니다.
연준의 자산은 3월 11일에서 5월 6일 사이에 2조4799억달러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시장에 통화 공급이 늘어난 겁니다.
통화 공급이 늘어나면 단기적으로 유동성 효과에 의해 시장 금리가 떨어집니다.
유동성을 공급 받은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늘리거나 시장에서 채권을 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금리가 떨어지면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는 등 GDP가 올라갑니다.
그러면 소득이 증가하면서 통화수요가 늘어나 금리가 상승하게 됩니다.
이를 금리의 소득효과라 합니다.
그 다음에 수요가 늘어나면 물가가 상승하고 금리도 원래 수준보다 더 오르게 됩니다. (금리는 실질금리와 물가상승률의 합이므로)
■ 4. 물가상승률이 오랫동안 낮은 상태로 유지됐는데, 앞으로는 물가가 오를 수 있을까요?
GDP 갭(실질 GDP – 잠재 GDP)이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실질 GDP가 잠재 GDP보다 크면(GDP 갭이 플러스)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고, 반대의 경우(GDP 갭이 마이너스)엔 물가가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래 그림은 미국의 GDP갭률인데, 2008년 이후 대부분 마이너스 상태입니다. 미 의회 예산정책국이 추정한 잠재 GDP와 실제 GDP를 비교하면, 올해 2분기 GDP갭률(실제와 잠재 GDP의 % 차이)은 마이너스 8.3%로 예상됩니다.
미국 GDP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1947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입니다.
당분간은 경기가 회복돼도 물가가 오를 것 같진 않습니다.
시장(블룸버그 컨센서스)에선 2021년에 미국 경제가 3.7% 성장할 걸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래도 GDP 갭률은 여전히 마이너스 3%를 밑돌 전망입니다.
물가가 오르긴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물가가 오르려면 돈이 잘 돌아야 하는데,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엔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통화승수(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가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하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는 금융위기 전에는 9.3이었지만, 현재는 이후에는 4를 다소 웃돌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 경제가 잠재 GDP만큼 성장하고(GDP갭이 0인 상태), 통화승수가 올라가면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습니다.
그 시기는 최소한 올해는 아닐 것 같습니다.
다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져온 공급 충격이 물가를 올릴 순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다가 미국의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공급을 줄여서 물가를 올리는 요인입니다.
주: 2020~21년 분기별 GDP는 Bloomberg 컨센서스(2020.5.8)
단기적으로 미국 국채의 가격은 더 오를 수 있습니다.
연준이 무한대로 돈을 풀면서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3년 후를 내다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공급이나 정책 측면에서 보면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