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계속 살리는 것도 문제다
요즘 전 세계의 위기 극복 또는 경기 부양의 방식은 매우 간단합니다.
정부가 부채를 일으켜서 그 돈으로 경기를 살리고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서 정부의 그 부채를 사들입니다.
중앙은행의 돈으로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는 뜻입니다.
■ 부작용 없는 경기 부양은 없다
이런 방식의 부작용은 뭘까요.
부작용이 없이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면 왜 그동안 경제위기를 걱정했던 것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피터 피셔 전 뉴욕연은 총재는 한 세미나에서 “결국 나중에는 화를 부를 수 있다. 오래된 좀비 기업이 자금을 조달받으면, 이는 포스트 코로나 경제에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돈을 풀어서 경기를 살리고 개인과 기업을 지원하는 일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우리는 몇 가지를 이미 거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인데요.
언제까지 국가부채를 계속 늘리면서 그 돈으로 경기를 살릴 수 있을 것이냐는 겁니다.
하나. 통화가치 하락
중앙은행이 계속 돈을 찍어서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사주다가 정부의 부채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그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 나라 통화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오를 수 있지만, 그건 꼭 그렇게 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특정한 나라가 혼자서 그런 일을 한다면 모르지만 전세계 모든 나라가 그런 식으로 경기를 살리고 있다면 특정 국가의 통화가치만 유독 떨어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근본적으로는 ‘돈을 찍어 풀어서 경기를 살리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보이는데 그렇다면 그냥 그 경제를 방치할 것이냐 그렇게 하면 그 나라 통화가치가 더 떨어진다’는 고민에 대해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둘. 자산 인플레이션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자산 인플레가 심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단기간에 나타날 일은 아닙니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져서 풀린 돈이 돌지 못하고 계속 쌓여있기만 한 상황이라면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자산 가격이 오르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습니다.
■ 진짜 걱정은 좀비 기업
그러나 돈을 계속 풀어서 경기를 살리는 일이 지속될 경우 생기는 가장 큰 부작용은 통화가치 하락이나 인플레이션보다는 좀비 기업의 양산입니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판매하는 상품의 매력이 떨어져서 시장원리로 보면 이미 망했어야 할 기업이 망하지 않고 계속 생존하면 그런 기업들이 계속 유지되면서 시장의 활력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 좀비기업으로 계속 살아남으면 그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품질이나 혁신이 아닌 가격 인하 경쟁을 계속 하게 되고 그러면 새로운 휴대폰을 좀 더 비싼 가격에 팔아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보려는 혁신기업들의 시도가 어려워집니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돈이 계속 빠르게 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업들이 계속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사람들의 소비욕구를 자극해서 사람들의 돈이 주머니 안에 머물지 않고 계속 뭔가를 구매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좀비기업들이 계속 생존하면 사람들을 유혹하는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기 어려워지고, 그러면 돈이 사람들의 주머니에 머물면서 경제가 침체됩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서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을 꺼렸고 그 결과 새로운 혁신이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정부가 돈을 찍어서 위기를 넘기는 정책을 사용하면 그런 일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 경제 활력 감소가 핵심
결국 돈을 계속 찍어서 그 돈을 기업이나 개인에게 투입하는 경제 살기기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그런 일이 계속될 수록 돈이 도는 속도가 떨어지고 경제의 활력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지금은 재난지원금을 주면 그걸로 다양한 소비를 하지만 다양한 소비를 할 만한 대상들이 줄어들면 재난지원금을 줘도 그걸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