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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 지표, 왜 이리 좋을까

탄슈 2020. 7. 17. 16:35

 

경기를 설명해주는 지표들이 빠르게 반등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회복세가 특히 가파릅니다.

어제 발표된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3.2%였습니다.

시장에서 예상하던 2.5%를 크게 넘긴 겁니다.

미국의 6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7.5% 증가했습니다.

미국의 6월 신규 고용자는 480만명이나 증가해 시장에서 예상하던 수치(290만명)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수요가 바로 늘어나는 구리의 가격은 코로나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그렇다면, 매일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0만명 이상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는 정말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요?

 

경제가 좋아지거나 안 좋아지면 당연히 금융 시장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시장에서 예상하던 것보다 얼마나 좋아졌는지 혹은 안 좋아졌는지가 중요합니다. 

시장에선 끊임없이 경제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고, 그 예상에 근거해 자산을 사거나 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장 예상치와는 다르게 지표가 발표되면 금융시장도 출렁입니다.

 

이때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지표는 시티그룹이 발표하는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입니다.

이 지수는 실제 발표된 경제지표가 시장 전망치와 얼마나 부합했는지를 지수로 나타낸 건데요.

경제지표가 시장의 기대보다 얼마나 좋게 나오고 있는지 혹은 안 좋게 나오고 있는지를 간단하게 확인시켜줍니다.

 

이 지표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기대와 실제의 괴리는 다음과 같이 크게 4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A) 시장의 기대보다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구간

(B) 시장의 기대보다 점점 덜 안 좋아지는 구간

(C) 시장의 기대보다 점점 더 좋아지는 구간

(D) 시장의 기대보다 점점 덜 좋아지는 구간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이 가장 많이 오르는 구간은 (B) 구간입니다.

이미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이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상황에서는 우려한 것보다는 경제가 덜 나쁘다는 것이 확인될 때 투자자들은 증시에 복귀합니다.

이는 마치 개별주식이 길고 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턴 어라운드 초입에서 가장 주가의 성과가 좋은 것과 유사하죠.

 

가장 조심해야 하는 구간은 경제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D) 구간입니다.

매번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던 기업의 매출 혹은 이익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면 그 기업의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자들이 대거 등장하는데요.

그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 지수를 먼저 설명 드린 이유는 이 지표를 보면, 경제지표가 시장의 생각보다 얼마나 좋게 나오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표는 최근 일반적으로 움직이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났습니다.

과거 20년 동안에는 -50에서 +50 수준에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20만명 내외로 증가하던 미국 고용자 수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00만명이나 줄어들었단 사실이 발표됐을 땐 이 지표가 -150까지 급락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이 지수는 얼마일까요?

놀랍게도 현재 기준으로 미국의 서프라이즈 지수는 240입니다.

그만큼 경제지표가 시장의 추정치에 비해서 크게, 매우 많이 잘 나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제 경제지표가 잘 나오고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오늘은 비유를 통해서 한 가지만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주식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고점 대비 70% 하락했다고 가정합시다.

그리고 그 이후에 70% 급등했습니다.

그렇다면, A 주식은 고점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답은 -49%입니다.

70% 급락하는 동안 이미 주가는 이전의 30% 수준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 70% 급등하더라도 여전히 주가 수준은 낮다는 것입니다.

 

경제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로 워낙 급격하게 지표가 안 좋아지다 보니, 시장의 추정치도 한꺼번에 내려왔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반등하는 구간에서 상승률(혹은 회복률)을 기준으로 보면 경제가 급격히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의 레벨 자체는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지요.

연준이 계속해서 경제 회복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