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된 아마존 주식, 왜들 계속 사들일까
미국 기업 중 두 번째로 몸값이 높은 아마존의 주식 가격이 20일(미국 시간) 7.9% 폭등했습니다.
시가총액 1위 애플의 주가도 2.1% 올랐습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보다도 큰 시가총액을 가진 기업들의 주가가 이렇게 오르면서 미국 증시도 상승했습니다.
애플의 주가는 연초 대비 34% 올랐고, 아마존의 주가는 같은 기간 73%나 올랐습니다.
이들의 주가가 오른 배경에는 무형자산이 있습니다.
아마존의 주가는 순자산 가치 대비 24.42배 수준입니다.
이걸 PBR라고 하는데요.
코스피의 PBR는 0.82배입니다.
주당 순자산이 1달러라고 가정했을 때, 아마존은 한 주당 24.42달러로 평가 받고 코스피는 0.82달러로 평가 받는다는 뜻입니다.
순자산 기준으론 아마존 주가가 코스피의 30배 수준인 겁니다.
참고로 애플의 PBR도 21.87배입니다.
PBR는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입니다.
아마존과 애플의 PBR가 20배를 넘어서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시가총액(분자)이 너무 커서 문제가 되든지, 순자산(분모)이 너무 작아서 문제가 되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저는 순자산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무형자산으로 설명합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보면, 애플의 무형자산은 영업권(57억달러)을 포함해서 총 80억달러입니다.
애플이 가진 총 자산(3753억달러)의 2.1% 수준입니다.
아마존 역시 이 비율은 8.3% 수준으로 낮습니다.
브랜드 컨설팅 회사 인터브랜드가 애플의 브랜드 가치를 2340억달러, 아마존의 브랜드 가치를 1252억달러로 평가했다는 걸 감안하면, 이들 기업의 무형자산은 지나치게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축의금을 낼 때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지금 내는 축의금을 나중에 내가 결혼할 때 돌려받을 수 있을까?
만약 돌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비용처럼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자산화(capitalize)할 수 있지요.
하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비용처리(expense)를 해야 됩니다.
회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형자산에 투자(제조업 공장 건설)할 경우 회계상 자산으로 잡힙니다.
나중에 이 공장으로 물건을 만들어서 팔면, 돈이 된다는 판단이 들어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R&D 투자, 브랜드 투자 등 무형자산에 투자할 때는 비용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무형자산이 돈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현재의 회계기준으로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애플과 아마존과 같은 회사들은 유형자산이 아닌 무형자산 투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무형자산의 종류는 경제적 관점에서 1) 정보전산화 관련 자산 (컴퓨터에 정보를 입력해 그것을 장기적으로 유용하게 만드는 모든 과정에 의해서 축적된 자산), 2)혁신 재산권 관련 자산(과학, 지식기반R&D, 과학기술에 직접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 공정 개선, 디자인 및 창작물 등과 관련된 혁신 프로세스 등에 의해 구축된 재산권), 3)경제적 역량(광고 등에 의한 브랜드 가치, 교육 등에 의해 구축된 인적 자본, 전략 계획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해 조직자본에 내장된 지식), 마지막으로 4)잠재적인 무형자산의 가치(바이오 회사나 광구 탐사 업체 등 잠재적으로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는 자산)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IT기업이 투자해야 하는 항목들입니다.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45년에는 33%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작아졌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제조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은 유럽에서도 확인됩니다.
자연히 IT기업이 주로 투자하는 무형자산의 가치도 높아졌습니다.
경제에서 제조업의 중요성은 왜 줄어들고 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오늘은 스탠 시의 스마일 커브 개념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스마일 커브는 가치사슬 단계별로 어디서 부가가치가 많이 창출되는지를 보여주는 개념입니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에는 제조가 가장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단계였지만, 21세기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브랜드를 구축하고 디자인하는 제조 전단계와 생산된 제품을 유통하고 마케팅하는 제조 후 단계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조가 아닌 연구개발, 브랜드 구축, 디자인, 마케팅, 판매 서비스 등을 잘하기 위해서는 유형자산 투자가 아니라, 무형자산에 투자해야 합니다.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이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제조가 아니라, 부가가치가 있는 곳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시장은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에 투자를 집중하는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