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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가치는 상승하고 달러 가치는 하락한다?

탄슈 2020. 7. 23. 10:18

 

유럽에서 좀처럼 있기 어려운 ‘아주 큰 일’이 있었습니다.

유럽연합회복기금이라는 기금을 만들기로 유럽국가들이 합의를 한 것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정말 큰 일입니다.

 

아주 큰 일인 이유는...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경상도가 코로나19로 고생을 하면 경기도나 강원도, 충청도에서 걷은 세금으로 경상도에 ‘지원’을 합니다.

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럽은 이탈리아가 코로나 19로 고생을 할 때 독일이나 프랑스가 ‘지원’을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그렇게는 못합니다.

독일이나 프랑스 국민들이 왜 어리석은 일을 하느냐고 반발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동일한 화폐를 쓰는 긴밀한 ‘연합’이긴 하지만 아직 한 나라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통합을 꿈꾸고 유럽연합을 만든 유럽국가들이 아직 넘지 못하고 있는 한계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럽연합이 독일에서 걷은 세금을 ‘유럽연합회복기금’이라는 이름으로 포르투갈 등 코로나 피해가 심한 나라들에 ‘공짜로’ 보내주는 결정을 했습니다.

유럽연합이 출범한 이후 나라들끼리 큰 돈을 빌려주고 결국 못 받아서 떼이는 경우는 있었지만 큰 돈을 처음부터 공짜로 주는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피해를 유럽연합 전체의 차원에서 공동대응하기 위해 7500억 유로를 마련하자고 한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각국의 경제 규모에 비례해서 돈을 내고 그렇게 모은 돈을 피해규모에 비례해서 나눠주는 건데요.

문제는 ‘공짜로 나눠줄 것이냐’ 아니면 ‘대출을 해줄 것이냐’였습니다.

 

대출을 해주는 건 너무 야박해보이긴 하지만 가장 합리적인 안이고, 공짜로 주는 건 유럽은 한 가족이라는 슬로건에는 대단히 부합하지만 합리성은 부족합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5000억 유로는 공짜로 주고, 2500억 유로는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가 치열한 협상 끝에 3900억 유로는 공짜로 나눠 주고(보조금) 저금리 대출로 3600억유로를 나눠 주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일단 지원금이 투입되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만, 중요한 건 이런 일련의 흐름이 유로화의 가치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당장의 회복기금 투입으로 경기가 살아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유럽연합이라는 공동체가 더 단단하게 결합되고 더 긴밀하게 협력하며 그 과정에서 ‘브렉시트’ 같은 불미스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안도감의 원천입니다.

 

유로화가 강세로 변하면 달러는 상대적으로 약세가 되고 그러면 달러화가 주축인 국제 투자자금은 미국을 떠나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경향이 생깁니다.

달러 약세의 일반적인 결과입니다.

 

사실 이 회복기금은 27개 회원국의 의회 승인을 거쳐야 집행되는 자금이어서 시장에 투입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2022년까지 전체 회복기금의 30% 정도가 집행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이 기금의 투입이 늦어지면 유럽 각국의 재정지출이 더 늘어나야하는데 경기가 나빠서 세금을 더 걷기도 어려우니 정부지출이 늘어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유럽연합의 역사에서 큰 변곡점이 될 만한 사건이 벌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유럽연합의 경기가 회복되려면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각국은 다시 한 번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