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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주가가 21% 급등한 이유

탄슈 2020. 8. 14. 14:36

 

어제 주식시장에서는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의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오른 이유는 보험업법 개정안 때문인데요.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보험업법으로 인한 다양한 변화가 주식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주가에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입니다.

 

◆ 보험업법

보험회사는 고객들의 돈을 굴릴 때 주식에 투자할 수 있고 그중에서 하필 계열사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는 고객 돈을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보험회사가 특정회사 주식을 너무 많이 갖고 있으면 그 회사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 보험회사의 재정에 영향이 커질 수 있어서 특정 회사의 주식이나 특정 회사의 채권을 전체 자산의 3% 이상은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회사 주식을 보험회사 자산의 3%가 넘지 않는 범위에서 사들였는데 그 회사 주가가 많이 오르는 바람에 그 회사 주식의 가치가 보험회사 자산의 3%를 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종전에는 살 때 3%를 넘지 않았으면 나중에 주가가 올라서 3%를 넘는 건 괜찮다는 거였는데 이번에 바뀌는 보험업법은 나중에 주가가 올라서 3%를 넘게 되더라도 3%이상의 지분은 팔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게 보험회사의 재산이 특정회사 주식의 주가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당초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 주가가 오른 이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오래전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객 돈으로 산 주식이지만 이 주식으로 삼성그룹의 오너 가족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서 지금은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가 삼성생명 자산의 9.7%, 삼성화재 자산의 6%까지 커졌습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두 회사 모두 3% 이상의 삼성전자 지분은 전부 팔아야 합니다.

 

팔고 나면 돈이 생길 것이고(삼성전자 지분을 규정에 맞게 처분하면 두 회사는 현재 주가로 약 23조원이 생깁니다) 돈이 생기면 배당을 할 것이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갑자기 큰 배당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스토리 때문에 주가가 올랐습니다.

아직 법 개정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그래서 그런 일이 확실히 생길지 여부도 알기 어렵지만) 미래 어떤 시점에 있을 수도 있는 그런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됩니다.

 

◆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린다?

그런데 ‘삼성전자 지분이 넘치면 넘치는 만큼 팔면 된다’는 게 삼성그룹이 가진 고민의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버리면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 또는 지배력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파는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사들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이 무슨 돈이 있어서 23조원이나 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느냐가 고민인데요.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바이오 지분을 돈이 많은 삼성전자 등에 팔아서 현금을 마련한다는 게 시장의 시나리오입니다.

삼성물산의 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니 결국 삼성물산을 통해서 삼성전자를 계속 지배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갖게 되면 삼성물산은 계열사 주식을 너무 많이 갖고 있는 상황이 돼서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합니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도 둘로 쪼개져서 투자회사(지주회사)와 반도체 등을 만드는 사업회사로 나뉘게 되고 삼성전자에서 쪼개진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이 합병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모두 다 예상과 추측입니다만, 꽤 설득력이 있는 시나리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오를 수 밖에 없는 삼성물산 주식

자 이제 퍼즐을 정리해보죠.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두가지 일이 벌어집니다.

1.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에서 분리된 지주회사와 합병을 하게 되고

2.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은 삼성전자 등으로 팔려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처분한 그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종잣돈으로 쓰입니다.

 

1번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이 되려면 삼성물산 주가는 올라야 하고,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주가는 내려가야 합니다.

그래야 합병 후에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2번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살 돈을 마련하려면 삼성바이오 주가가 높아야 합니다.

그래야 비싸게 팔아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일 수 있으니까요.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일 때까지는 삼성전자 주가는 안오르는 게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합니다.

 

이 모든 계산은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상상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나리오>일 뿐이고 그 시나리오 하에서만 보면 삼성바이오와 삼성물산은 주가가 올라야 하고 삼성전자 주가는 낮아져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이 그런 시나리오를 원한다면 그렇게 주가를 만들 것이라고 믿고 오를 주식에 투자합니다.

역설적으로 삼성그룹은 그런 시나리오를 원할 뿐 그렇게 주가를 만들 의도나 능력이 없더라도 시장의 투자자들이 알아서 주가를 그렇게 만들어주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