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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미 이끈 로빈후드는 의적? 도적?

탄슈 2020. 9. 10. 18:04

 

지난 3월 말 이후 미국의 증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최근엔 나스닥과 S&P500 지수가 역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웠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실물 경제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급등이 과도하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주 후반부터 미국 증시는 급락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시장을 이끌던 애플, 테슬라 등 대형 IT기업들의 주가가 심하게 조정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악재가 없는 상태에서 나타난 이러한 조정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만에 하나 미국 증시가 계속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그 충격은 코로나19라는 명확한 악재가 있었던 지난 3월과는 또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실물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시장까지 다시 흔들리게 됨으로써,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미국 증시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와 미국 정부가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시중에 막대한 현금을 풀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주식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추가적인 상승 여력이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설파했고, 최근엔 애플과 테슬라가 주식을 분할해 개인 투자자를 유인한 영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상승장을 주도한 주인공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2013년 설립된 온라인∙모바일 주식거래 서비스 업체인 로빈후드입니다.

주식에 투자할 자금도 많지 않고, 경험도 상대적으로 적은 밀레니얼 세대들을 주요 타깃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1300만명의 고객을 모으는 데 성공한 회사입니다.

 

그 차별화된 서비스란, 최소 예탁금을 없애고 거래 수수료도 전혀 받지 않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미국 증권사들이 최소 500달러에서 5000달러 정도의 금액을 반드시 예탁하게 하고, 거래마다 5달러에서 10달러 정도 되는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을 공략한 것입니다.

 

그렇게 로빈후드가 낮춘 문턱을 넘어 주식 시장에 뛰어든 젊은 고객들은, 올해의 가파른 급등장을 이끌어 온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미국판 동학개미들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로빈후드’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투자 내역과 성과를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존 주식투자자들이나 전문 투자자들은 전혀 이해하기 어려운 새로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등장했다고 언론들이 주목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전문 지식이 거의 없는 밀레니얼들을 대상으로 주식은 물론 선물, 옵션 그리고 암호화폐까지 거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장을 왜곡하고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에는 20세 대학생이 옵션 거래에서 73만달러의 손실을 입고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로빈후드에 대한 미국 금융당국의 시선을 곱지 않습니다.

과거에 고객들의 주문 정보를 제3자에게 판매하여 수익을 낸다는 사실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빈후드가 밀레니얼을 위한 투자 플랫폼을 제공해 시장을 이끈 ‘의적’으로 자리를 잡아 계획하고 있는 주식시장 상장까지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비전문가들을 현혹시켜 주식시장에 버블을 키운 ‘도적’으로 비난 받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