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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왜 코스피를 선택했을까?

탄슈 2020. 12. 4. 11:13

 

MSCI의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증시의 비중이 다소 줄어든 11월 30일을 제외하면 11월 5일부터 외국인은 코스피를 지속적으로 순매수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코스피 지수도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제는 2700포인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한국 투자자 분들은 당황스러워하는 듯합니다.

오늘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려고 마음 먹었던 돈?

미국 대선 이전에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많이 받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서 우리나라 기업의 3분기 실적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모두 상당히 좋았고, 원화 가치도 높아지고 있는데, 도대체 왜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안 살까요?”

 

최근 외국인이 코스피를 사는 이유는 이 질문에 나와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선과 같이 대형 이벤트가 있을 경우에는 그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의사결정을 미뤄두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의 실적이 좋고, 투자 매력이 높더라도 일단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울지 않은 착한 아이였다면,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는 것은 결정되어 있지만, 크리스마스가 되지도 않았는데 선물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코스피는 울지 않는 아이였고, 크리스마스는 미국 대선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최근에 외국인이 코스피를 이렇게 많이 사고 있는 첫번째 이유는 살만한 이유는 대선 전에 충분히 있었는데,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에 미뤄놨던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 미국 새 정부 출범과 백신 기대감

왜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돼있는지(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오래된 논란거리입니다.

휴전 중이라는 점,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이 이유로 주로 거론되는데요.

한국 기업의 실적이 예상하기 어렵고 변동성이 크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반도체∙철강∙화학 등 중간재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좋아질 기미를 보이면 소비재 기업들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중간재를 주문합니다.

따라서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좋아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가장 먼저 안 좋아집니다.

그리고 진폭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적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효과를 채찍의 마지막 부분이 진폭이 가장 크다고 해서 채찍효과라고 합니다.

실적을 예상하기 어려우니 함부로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죠.

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에서 새 정부가 곧 출범하고, 백신이 개발됐으니 사람들의 기대감이 커진 상황입니다.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초입이라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좋아질 수 있는 한국의 매력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죠.

 

 

■ 블랙록의 점지

사실 외국인의 매수가 시작되기 전에 힌트가 있었습니다.

11월 3일 대선 바로 전날, 세계 최대 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록은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비중을 늘리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은 금융시장에선 아직 신흥국으로 분류될 때가 많습니다)

놀랍게도 바로 다음날 한국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2000억원을 순매수했고, 실제 한국 시장을 추종하는 ETF로도 의미 있는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블랙록이 신흥국 시장에 더 투자하겠다고 한 이유는 크게 4가지였습니다.

첫째로 바이든의 당선을 넘어서서 블루웨이브(대통령과 상하원이 모두 민주당이 되는 경우)가 현실화될 것이고,

둘째론 재정정책이 시행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회복될 것이며,

셋째론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신흥국 통화들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신흥국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단 것,

마지막으론 중국을 비롯한 일부 신흥국들의 코로나 대응 능력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이유였던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나머지 3가지 이유의 가시성과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블랙록도 장사를 하는 하나의 회사라고 생각하면, 매년 신상품을 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블랙록은 최근 2년 동안 히트상품을 연이어 만들어 냈는데요.

금리가 떨어지고 채권 가격이 오르던 작년에는 채권형 ETF를 대거 출시했고, 금리는 제로에 가깝게 떨어지면서 채권 ETF는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ESG(환경∙사회에 기여하는지, 지배구조가 투명한지를 고려하는 투자법) 관련 ETF를 출시하면서 ESG 투자 열풍을 선두에서 이끌었지요.

 

 

■ 오답 배제하니 선택지는 한국?

내년 초에도 블랙록은 신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데요.

최근 행보를 감안하면 신흥국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황이 안 좋아진 신흥국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신흥국인 브라질, 터키, 멕시코, 인도, 러시아 등에선 매일 수만명이 코로나19에 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학창 시절 시험을 볼 때 문제를 보는 순간 1번이 답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도 있지만, 2∙3∙4번이 모두 아닐 때 1번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듯이 신흥국 중에서 오답을 골라내는 작업을 모두 끝내면, 한국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