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전기차 만들 수 있을까?
최근 애플과 관련된 기사가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인텔 칩 대신 자체 개발한 CPU를 맥북에 탑재했으며, 지난 10일에는 스마트폰에 들어갈 차세대 통신 칩을 직접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3년 내에 자율주행 전기차, 소위 애플카를 출시한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그 동안 우리에게 스마트폰으로 익숙했던 애플의 공격적인 행보, 그 도전의 끝은 어디일까요?
실현 가능성은 있는 걸까요?
■ 자율주행차를 겨냥한 CPU와 통신 칩
애플이 CPU와 통신 칩을 직접 만들겠다는 말을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애플의 의도는 인텔, 퀄컴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 제품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내재화 하겠다는 것이지요.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는 것과 아웃소싱하는 것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내재화할 경우 단기적으로 대규모 비용이 발생하고 R&D 부담이 있지만, 기술 혁신에 성공할 경우 자사 제품에 최적화된 부품, 모듈을 확보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원가도 낮출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애플이 생산하겠다는 반도체 제품이 D램이나 낸드가 아닌 CPU와 통신 칩이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애플이 이미 판매하고 있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꼭 필요한 부품들이지만 자율주행차의 핵심이기도 하지요.
CPU는 직접적으로 자율주행차의 제어에도 관여하지만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확보해야 할 기초 기술이기도 합니다.
통신 칩 역시 IoT(사물인터넷), V2V(차량 간 통신) 등 자율주행차의 중추가 되는 네트워크 구성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애플은 그동안 원가절감에 초점을 두고 대부분의 부품을 아웃소싱해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직접 개발하겠다는 것은 다른 노림 수가 있다는 의미겠지요.
■ 애플은 이미 반도체 기업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반도체를 잘 만들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던지는 질문일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플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반도체를 만들어왔습니다.
2019년 애플은 모바일 AP(스마트폰의 중앙처리장치) 시장점유율 13%를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생산되는 제품의 대부분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되기 때문에 외부 판매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AP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 CPU를 만드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AP는 CPU 에서 파생된 것이니까요.
간단하게 정의하면 CPU의 성능을 조금 낮추는 대신 크기와 소비전력을 줄여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한 것이 바로 AP라 할 수 있습니다.
■ 플랫폼 비즈니스
애플이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이제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그런데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먼저, 테슬라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20년 전이었으면 테슬라가 자동차를 만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현재와 20년 전의 차이는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의 차이입니다.
내연기관의 핵심이 엔진인데 전기자동차에서는 더 이상 엔진이 필요 없기 때문에 배터리와 IT 솔루션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테슬라는 창업할 때부터 전기자동차와 배터리를 연구해 온 IT기업입니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능까지 더해진다면 자동차는 더 이상 전통적인 운송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커다란 모바일 기기가 됩니다.
하드웨어도 여전히 중요하긴 하지만 인공지능, 네트워크, 콘텐츠 등 플랫폼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현재 모바일 플랫폼 시장은 구글과 애플이 7:3으로 양분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구글카와 애플카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입니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이유도 자동차의 판매, 운용, AS까지의 전 영역을 이미 플랫폼화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드웨어만 전기자동차인 제품을 판매하는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테슬라도 입증 못한 배터리 기술
다만 혁신적인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못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고, 전기자동차의 선두자인 테슬라도 계획만 발표했지 아직 성과물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