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뉴스

보험은 왜 중도 해지하면 원금을 못 받을까요?

탄슈 2019. 4. 19. 14:17

INSURANCE = 보험

보험은 중도해지하면 원급을 못 받는 경우가 많죠. 이상한 보험을 들고 나면 헛돈 날리게 됩니다.

앞으로는 이 문제가 좀 풀릴 것 같습니다.

 

은행 정기예금이나 적금은 가입하고 나서 몇 달 후에 해약하면 그동안 부은 원금은 돌려줍니다.

그러나 보험은 가입하고 나서 몇 달 후에 해약하면 원금도 못 돌려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유는 보험회사가 소비자에게 보험을 가입시키면서 쓴 비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비용이 설계사에게 주는 모집 수당입니다.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년 치 보험료 정도를 설계사에게 모집수당으로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보다 더 주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고객들이 보험을 해약하면 돌려받는 금액이 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런 관행을 손보기로 하고 몇가지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그 내용은 보장성보험의 해약공제액을 지금보다 18~34% 줄여서 중도해지 환급금을 늘리는 개선안입니다.

예를 들어 순보험료가 연간 200만 원인 보장성보험의 해약공제액은 지금의 255만 원에서 210만 원(개선안 1) 또는 170만 원(개선안 2)으로 줄어든다. 개선안 2가 적용된다면 보장성보험에 가입한 지 1년 만에 해지해도 환급금이 일부 발생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대로 잘 작동하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 어떻게 바꾼다는 건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계사들에게 주는 수당을 좀 줄이겠다는 겁니다.

설계사들에게 돌아가는 수당이 줄어들면 그걸 모아서 고객들이 보험을 깰 때 내주는 돈이 많아지게 되어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원리입니다.

 

■ 지금까지 적용 못한 이유

그렇게 하면 보험회사도 좋고 고객도 좋은데 설계사들이 불만을 제기하게 됩니다. 문제는 보험 회사들이 판매조직인 설계사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처럼 설계사가 한 회사의 보험만 판매하는 경우는 회사가 "오늘부터는 판매 수당을 좀 줄이겠습니다."라고 통보해오면 그 회사를 떠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회사의 압력이 먹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GA라는 조직에서 파는 보험이 많아져서 그게 어렵습니다.

 

■ GA란?

보험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회사를 의미합니다. 한 회사의 보험만 전속으로 파는 게 아니라 여러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을 가져와서 고객들에게 판매합니다.

그러다 보니 특정 보험회사가 "오늘부터는 판매 수당을 줄이겠습니다"라고 통보하면 GA는 조용히 웃으면서 '그럼 다른 회사 보험 상품을 팔면 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판매 수당을 줄인 보험회사는 실적이 급락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보험의 절반 이상을 GA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 해결책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당을 보다 길게 나눠서 지급하는 방법도 거론됩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5만 원씩 20년간 붓는 어떤 보험상품을 판매한 설계사가 받게 될 판매 수당이 50만 원이라면, 지금은 50만 원의 대부분을 판매한 첫해 또는 두 번째 해에 설계사에게 모두 지급합니다.

 

그러니 보험에 가입한 첫해나 두 번째 해에는 보험회사에는 들어오는 돈이 거의 없는 겁니다. 그런데 그 고객이 2년 만에 보험을 해야 하면 그 고객은 2년 동안 보험료를 꼬박꼬박 냈지만 보험회사는 그 고객에게 돌려줄 돈이 거의 없습니다.

 

■ 고객이 가입한 보험도 20년동안 부으니 그 보험을 판매한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수당 50만 원도 20년 동안 나눠서 지급하면 합리적이겠죠?

그렇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그게 합리적입니다. 그럼 그 설계사는 50년 동안 한 달에 약 5천 원씩 받아가게 됩니다.

새로 일을 시작한 설계사는 그런 보험을 그 달에 100개를 팔아도 그 다음달에 수당으로 50만 원 밖에 못 받습니다. 그걸로는 생활이 안되니 보험설계사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그걸 이해하는 많은 보험회사들은 어차피 줄 돈 그냥 한꺼번에 주자는 전략으로 설계사들을 유혹합니다.

 

정부는 보험회사들에게 늘 요구합니다.

설계사들에게 주는 수당을 수년간에 걸쳐서 나눠주라고요. 그래야 중간에 고객이 해약하면 그 시점부터는 수당이 안나가게 되니 설계사들도 일찍 해야할 나쁜 보험은 처음부터 판매를 안 할 것이고 설계사 수당이 중간에 끊기게 되면 그만큼 절약한 돈으로 일찍 해약하는 고객에게 돌려주는 해약환급금도 늘릴 수 있으니까요.

 

■ 보험회사들끼리 담합을 하면?

담합은 불법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못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사실상 담합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보험료 지급 체계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보험 회사들은 그 법을 핑계로 모두 동일한 조건을 설계사들에게 제시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그게 가능할까는 의문입니다.

보험회사들에게 최고의 전략은 그 담합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나만 그 담합에서 빠져나와서 우리 회사 상품만 많이 팔리게 만드는 거니까요.

보험 설계사들에게 판매수당 이외의 다른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면서 유혹하면 그 담합은 깨지게 됩니다.

 

시장에서 형성된 판매수당이라는 가격을 정부가 강제로 비틀어서 바꾸는 건 이렇게 어렵습니다. 설계사 수당이 비싸 보인다면 그걸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설계사의 공급을 늘리는 일인데요. 설계사가 돈을 잘 벌어야 그 공급도 늘어나게 되므로 그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