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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뉴스

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

서울에 주택이 부족하지 않다고 하던 서울시가 사실은 주택이 부족하다고 분석하고 있었다는 보도입니다.

서울시는 보도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며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둘 중 누가 맞는 말을 하고 있는지.

그런 걸 떠나서 정말 서울시에 주택공급이 부족한지, 부족하다면 주택을 획기적으로 공급할 수는 없을까요?

 

■ 모든 건축물은 토지 위에 건설된다

당연하지만 건축물은 토지 위에 건설됩니다.

부동산은 토지와 건물 부분으로 나눠서 가치평가를 받기도 하고, 세금 역시 토지와 건물에 따로 부과됩니다.

주택의 경우에도 토지와 건축물로 나뉘는데요.

기본적으로 토지는 영원히 보존되고, 건축물은 세월이 흐르면 감가상각되고 노후화되면서 잔존가치가 0으로 회귀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주택 ‘공급’에는 두가지 개념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토지는 그대로 두고 그 윗부분인 주택만을 공급하는 형태입니다.

재건축∙재개발이나 소규모재정비와 같은 사업들이 이런 형태죠.

서울시 전체 총 면적은 유지되는 가운데, 건축물만 공급하는 겁니다.

 

 

■ 재개발은 오히려 공급을 줄인다

현재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세대 수가 증가하는 효과가 적습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은 30% 내외로 세대 수가 증가합니다만, 재개발의 경우 세대 수가 오히려 15% 정도 감소해왔습니다.

재개발 전에 다닥다닥 몰려있던 작은 평수 다가구주택을 허물고, 넓고 쾌적한 아파트를 짓기 때문이죠.

그럼 기존에 다가구주택에서 월세를 내며 살고 있던 사람들은 서울을 떠나게 됩니다.

서울시 인구는 2011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데, 여기엔 재개발도 한몫한 거죠.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면 주택이 공급되고, 그래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되는데요.

종전 주택을 허물고 새로 지으면 헌 집이 새 집이 되는 효과는 큽니다.

하지만 주택 공급 효과는 미미합니다.

지금 당장 목동이나 잠실, 옥수동을 보더라도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는 단지들 중에 가격이 하락한 곳은 거의 없죠.

새 집을 짓는 과정에 사업비가 들어가면서, 이걸 반영해서 오히려 시세가 상승합니다.

 

 

■ 주거용 토지를 늘리면 주택 공급이 크게 는다

그럼 서울에 주택을 공급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토지를 공급하는 것입니다.

광진구에선 KT 전화국 부지에 1000세대 이상을 수용하는 주택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주거 용도가 아녔던 토지를 주거 용도로 돌리면서 토지 공급 자체를 늘리는 효과가 있는 겁니다.

이렇게 공급되는 1000세대가 적어보일 수는 있을 텐데요.

올해 3000세대를 분양하는 반포 재건축단지의 일반 분양 물량은 300세대에 불과합니다.

1000세대를 추가로 공급하려면 1만 세대를 분양하는 재건축 사업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서울에는 현재 주거 용도가 아닌 토지들이 많습니다.

이 지역들을 복합개발해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혁신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용적률을 극단적으로 높여서 80층짜리 주택을 짓는 것이 매력적인 공급 방법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그것보다는 타 용도를 주거용도 토지로 변화시키는 것이 순공급 효과가 더 큽니다.

 

 

■ 수도권 신도시도 공급을 크게 늘린다

동시에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에 신도시를 공급하는 것은 그야말로 ‘폭발적’ 공급에 해당됩니다.

6만 가구를 공급하는 신도시 1개는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30만호, 약 8년치 사업에 해당할 만큼의 위력이 있습니다.

3기 신도시가 서울과 인근에 총 30만호 가까운 공급호수를 기획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는 재건축∙재개발로 치면 약 150만호 이상, 즉 서울의 모든 재건축∙재개발을 전부 추진하는 것 같은 효과가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0년대는 수도권 주택 ‘공급’의 시대입니다.

그리고 서울시의 먼 미래 모습을 잠시 생각해볼까 싶은데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부입니다.

그리고 중심부는 상업시설과 공업시설 등으로 채워지는 것이 도시 설계의 주요 내용입니다.

주거지역은 주로 주변부에 채워지게 되죠.

수도권이 이미 우리나라 인구 50%를 담을 정도로 큰 메갈로폴리스입니다.

서울시는 점점 인구가 감소하고 상업시설들이 들어서며,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 신도시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게 될 것입니다.

광역교통철도가 지어지고, 3기 신도시들이 들어서면 이런 계획들이 실현될 걸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주택을 많이 공급해서 서울 집값을 잡았던 적은 1기 신도시를 공급했던 90년대뿐이었습니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신도시와 교통망 공급으로 생활권이 넓어진다는 것이 가지는 ‘순공급’ 효과를 기대해볼 필요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