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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뉴스

자산 인플레이션이 또 올까요?

어제는 선거일이어서 눈에 띄는 경제뉴스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리멤버 나우의 댓글로 보내주신 질문에 나름의 답을 같이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요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이견이 있는 주제가 바로 ‘전 세계 모든 정부가 이렇게 돈을 풀어대면 결국 자산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오는 게 아닐까’하는 겁니다.

오늘은 이 주제를 두고 벌어지는 토론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쪽의 주장은 매우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천문학적 규모로 돈을 풀어대니 그 돈이 결국 집값, 주식값을 올릴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돈이 많이 풀리면 그 돈이 공급이 한정된 자산으로 몰리고 그러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주장도 한 번 들어보시면 유익합니다.

 

■ 돈이 풀리는데 왜 가격이 안 오를까요?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엄청난 돈을 풀지만 그 엄청나게 커보이는 돈은 세상에 풀린 돈의 총량에 비하면 그리 엄청나지 않은 돈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연준이 시장에 공급하기로 한 돈은 2조달러 정도인데요.

이건 연준이 최악의 경우 이 정도의 돈을 풀겠다고 ‘발표’한 돈입니다.

(실제로 연준의 이런 발표에 힘입어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연준은 돈을 한 푼도 풀지 않고 이 위기를 넘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걸 기대하고 시장의 기대보다 더 큰 금액을 발표하기도 합니다.)

 

2조달러를 모두 다 시장에 공급한다고 해도 미국 전체에 풀려있는 달러의 양(약 20조 달러로 추산됩니다)에 비해서는 10% 정도입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어서 달러가 전 세계로 쉽게 퍼져나가는 것을 감안하면 연준이 쏟아붓는 2조달러가 미국 안에 머무를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 그래도 2조 달러는 큰 돈 아닌가요?

미국 연준이 예정된 만큼의 돈 2조달러를 모두 풀면 단기적으로는 세상에 풀리는 달러의 양이 10% 정도 늘어납니다.

(정확한 숫자는 아닙니다. 세상에 풀려있는 달러의 통화량조차도 공식 통계가 없으니까요. 추정치일 뿐입니다)

 

그런데 줄어드는 돈도 있습니다.

현실에서 사라지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사라지는 돈입니다.

종전에 존재하던 돈은 사람들의 주머니에 통장에 계좌에 들어있으면서 평소에는 언제든지 어디로든 움직이려고 하는 말랑말랑한 액체 같은 돈이지만 경제 위기가 닥치면 그 돈들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그냥 보관만 하려고 하고 투자나 대출을 꺼립니다. (위험하니까)

 

그렇게 굳어버린 돈은 적어도 그게 굳어 있는 동안에는 돈으로 기능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돈이 아닙니다.

그래서 불경기가 닥치면 세상 돈의 양이 ‘사실상’ 줄어드는 겁니다.

 

 

■ 돈이 얼마나 줄어든다는 말인가요?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공포의 정도가 다르니까요.

'이 돈은 쓰지 말아야 해', '이 돈은 빌려주지 말아야 해', '투자를 하지 말고 기다려야겠어'라고 생각되는 돈들은 얼어붙는 돈입니다.

그 양 만큼 경기는 위축됩니다. 연준 등 중앙은행은 그만큼 줄어드는 돈을 세상에 공급하기 위해 돈을 긴급하게 푸는 겁니다. 그러니 연준이 돈을 푼다고 세상의 (말랑말랑한) 돈이 얼마나 늘어날지. 혹시 그래도 줄어드는 건 아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 그럼 세상에 풀린 돈의 양은 결국 어떻게 된다는 거죠?

이쯤 되면 이런 궁금함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불경기 때문에 위축된 돈은 언젠가는 깨어 움직일 것이고 그러면 그 돈과 연준이 풀어댄 돈이 합해져서 돈이 넘쳐나는 세상이 오지 않겠느냐는 질문이죠.

연준이 걱정하는 것도 그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돈이 얼어붙어서 연준이 돈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왔지만 얼어붙은 돈이 녹으면 연준이 풀어낸 돈과 합해져서 양이 꽤 늘어날 겁니다.

그래서 연준은 그런 때가 오면 서둘러서 돈을 흡수해야 합니다.

 

연준이 최근에 2조 달러를 시중에 풀겠다는 게획을 내놨지만 그 2조달러는 대부분 단기(1년 이하) 대출금입니다.

그 정해진 만기가 끝나면 다시 흡수한다는 뜻입니다.

경기가 좋아질 무렵, 그래서 일시적으로 얼어붙는 돈들이 풀려서 돌아다니기 시작할 무렵에는 연준이 내보낸 2조달러는 다시 연준의 금고 안으로 들어온다는 게 연준의 계획입니다.

 

 

■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양적완화로 풀어낸 돈들이 자산 인플레를 불러오지 않았나요?

양적완화는 10년 이상 긴 만기를 갖는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어서 풀어낸 돈도 10년 이상 긴 기간 동안 돌아다닙니다.

물론 연준이 중간에 그 채권을 시중에 매각하면 다시 흡수될 돈이지만 경기가 제대로 살아나기 전에는 긴가민가 하는 마음에 돈을 흡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늘어난 돈이 시중에 계속 남아있게 됩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지는 모를 일입니다.

 

우리는 자산가격을 올리는 것이 ‘돈의 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적은 양의 돈이라도 사람들의 투자의욕이 강해지면 그것이 자산가격을 올립니다.

사람들은 그런 상황이 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투자를 하고 ‘그 결과로’ 시중에 돈의 양이 늘어납니다.

저금리는 그런 투자의욕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