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미국 시간으로는 20일) 새벽에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가격이 <마이너스 3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석유 1배럴을 사면 37달러를 오히려 준다는 뜻입니다.
이날 거래된 WTI원유는 사실은 원유가 아니라 5월21일 인도분 원유 선물입니다.
그러니까 이 시장은 5월21일에 원유 1배럴을 받을 수 있는 티켓과 5월21일에 원유 1배럴을 팔 수 있는 티켓을 서로 거래하는 시장입니다.
5월 21일에 원유가격이 20달러쯤 될 듯한데, 이 시장에서 <원유 1배럴을 받을 수 있는 티켓>이 19달러에 거래되면 그걸 사면 됩니다.
실제로 4월 21일에 원유가격이 20달러가 되면 19달러에 산 그 티켓을 내밀고 원유 1배럴을 실물로 받아도 되고(1달러 싸게 샀으니 그만큼 이익입니다) 아니면 그 티켓을 20달러에 팔아서 현금을 받아도 됩니다.
(그래도 1달러 이익입니다)
그런데 이 티켓(원유 선물) 거래는 만기일인 4월 21일까지만 합니다.
그러니 그 전에 그 티켓을 팔지 않으면 5월 21일에는 원유 현물(5월 21일에 원유 현물을 팔 수 있는 티켓을 산 사람들이 실제로 팔러 온 원유)을 받아야 합니다.
평소 같으면 이 시장에는 안 그래도 5월 21일에 현물 원유를 받아야 할 예정인데 그때 가격이 오를지도 모르니 미리 티켓(원유 선물)을 사두는 정유회사 같은 원유 실수요자(A)도 있고, 원래 원유를 받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티켓 가격이 너무 떨어지면 그냥 티켓을 사두고 5월 21일에 원유 실물이 나오면 창고를 빌려서 저장해뒀다가 한두 달 후에 파는 투자자(B)들도 있었습니다.
B 같은 투자자들은 5월 21일 인도분 티켓 가격이 20달러인데 8월 인도분 원유 선물 티켓 가격이 30달러에 형성되어 있다면 8월 티켓 중에 매도할 수 있는 티켓을 30달러에 사두고(그럼 30달러를 받고 매도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셈입니다) 5월21일 인도분 티켓을 20달러에 삽니다.
그리고 5월21일에 실제 원유를 받아서 창고에 넣어놨다가 8월 인도분 원유의 인도일에 그 실물 원유를 넘겨주면, 20달러에 산 원유를 석 달 만에 30달러에 판 셈이 됩니다.
창고에 들어갈 때부터 투자 수익이 확정되는 겁니다.
평소 같으면 5월 21일에 실제 원유를 받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티켓을 파는 투자자들이 내놓는 티켓을 A나 B 같은 투자자들이 매수합니다. 그래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21일 새벽에는 A 같은 투자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휘발유∙경유 수요가 줄면서 원유 수요도 줄어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B 같은 투자자들도 빈 원유창고를 구하지 못해서 거래를 하러 달려들지 못했습니다.
물량을 받아줄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그렇다고 원유 실물을 받을 수도 없는) 사람들은 결국 이 물량을 마이너스 가격에 내놨습니다.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린 원유 저장공간을 운 좋게 예약한 아주 소수의 투자자들은 여유 있게 기다리다가 오히려 돈을 받고 매물을 건네 받은 겁니다.
거기에다 최근 유가 ETF 등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져서(이들은 만기일 즈음에 5월21일 인도분 티켓을 팔고 6월 인도분 티켓을 사는 식으로 투자를 이어갑니다) 티켓 매도 물량이 더 많아졌습니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현상은 한 달 후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큽니다.
6월 인도분 WTI 가격이 간밤에 크게 출렁인 것도 그런 폭락을 미리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던진 매물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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