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량 1위 업체 테슬라가 어제(미국 시간) ‘배터리 데이’라는 이름의 신기술·신제품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획기적으로 성능이 개선된 배터리 신제품을 공개하고, 알려지지 않았던 신제품도 공개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습니다.
동시에 그 신제품 배터리를 아예 자체 생산하거나, 중국 기업과 단독 제휴할 수 있다는 국내 관련 기업과 투자자들의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 우려가 현실화되면 현재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LG화학 입장에선 대규모 납품처가 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LG화학과 함께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타 배터리 제조업체들 역시, 향후 실적의 상당 부분이 테슬라의 계획에 따라 크게 변동될 수 있을 정도로 테슬라의 영향력은 막대합니다.
테슬라와 경쟁해야 하는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도 중요한 발표였습니다.
만약 테슬라가 획기적으로 성능과 가격이 개선된 신차를 출시할 경우, 전기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구축하기 쉽지 않아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행사 하루 전날,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LG화학 등 배터리 제조사와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임을 먼저 밝혔습니다.
배터리 데이의 핵심은 "기술적 혁신을 통해 효율과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바탕으로 2만5000달러(약 3000만원) 가격대의 보급형을 포함해 연간 20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려는 원대한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였습니다.
◆ 배터리 생산단가 절반으로 줄이기
여기서 말하는 기술적 혁신의 핵심은, 배터리의 킬로와트시(kWh)당 생산단가를 50% 이상 절감하겠다는 것입니다.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래서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려면 배터리 생산단가를 떨어트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지름 46mm, 길이 80mm인 새로운 배터리(이른바 원통형 4680 배터리)를 자체 개발 중인데요. 출시되면 용량은 5배, 출력 6배, 주행거리는 16% 늘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배터리에 대한 원천기술에 있어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기타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테슬라의 계획이 실현되면 가격과 성능 면에서 모두 절대적인 열위에 설수 밖에 없게 됩니다.
다행인 것은 향후 수년 뒤 실현을 목표로 하는 계획이므로, 따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 배터리 생산능력 키우기
이와 더불어 테슬라는 자체적으로 연간 3테라와트시(TWh)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설비를 2030년까지 구축하고, 협력사들에서도 17테라와트시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합 20테라와트시나 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국내 전략 사용량이 520테라와트시였으니, 20테라와트시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은 궁극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이 종지부를 더 일찍 찍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론 머스크는 장담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자동차 업체들이 비슷한 시도를 할 것이지만, 테슬라만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기술로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것이지요.
◆ 새 소프트웨어와 신차 발표
이외에도 테슬라는 몇 가지 추가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먼저 완전자율주행 수준으로 끌어올린 소프트웨어의 개선 버전을 한달 내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백만 마일당 0.3건인 사고 비율(일반 차량은 2.1건)을 더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또한 그 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모델S의 새로운 버전(Plaid 버전)을 내년 하반기에 출시하기로 약속하고 예약 판매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곧 출시 예정인 사이버 트럭과 세미 트럭 등을 행사 현장에 공개하면서 최근 구설수에 오른 니콜라와 차별화하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 실망
하지만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주가는 5.6% 하락했고,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도 6.9%나 더 떨어졌습니다.
시장이 실망한 이유로는 몇 가지가 꼽힙니다.
무엇보다 계획은 충분히 원대하게 들리나,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가격과 성능의 개선이 3년 뒤에나 현실화된다는 것은, 앞으로 3년간 일종의 기술적 돌파구가 추가적으로 나오기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은 배터리 신제품의 독점 생산 등 단기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전략적인 결정이나 전고체 배터리 등 더 거대한 기술적 진보에 대한 발표였을 것입니다.
아니면 몇 년 후에 출시할 2만5000달러 차량을 지금부터라도 예약을 받는 쇼맨쉽을 기대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 빗나가는 원론적인 계획이 발표되자,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다만, 이런 실망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얼마 전 발표한 50억달러의 유상증자 금액을 어디에 쓸지, 계획 중인 유럽 공장의 가동이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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