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계속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최근 자주 등장합니다.
정말 디플레가 오는 걸지, 그럼 디플레 시대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봤습니다.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가 4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에 물가가 계속 하락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이 다가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 GDP 디플레이터가 얼마나 하락했는데 그러죠?
GDP 디플레이터는 한 나라 경제의 총체적 물가 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것입니다.
명목 GDP는 그 해의 생산량에 시장가격을 곱한 것이고요.
실질 GDP는 여기서 물가 변동 요인을 제거한 값입니다.
그래서 명목 GDP 성장률은 실질 GDP 성장률과 물가(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더한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GDP 디플레이터가 전년 동기로 보면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떨어졌습니다.
한국은행이 GDP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 디플레이션을 겪어본 나라가 있나요?
디플레이션은 물가 수준의 하락이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까지 하락합니다.
일본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1994년 1분기 GDP 디플레이터를 100이라 했을 때, 이 지표가 2013년 2분기에는 83.9까지 떨어졌습니다.
20년 동안 물가가 16%나 하락한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는 명목 GDP가 실질 GDP보다 훨씬 낮아졌습니다.
1998년 이후는 명목 GDP 자체가 감소하면서 디플레이션 현상이 심해졌지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일입니다. (2013년 하반기 이후로는 GDP 디플레이터가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일본 경제가 서서히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올해 3분기 한국의 GDP 디플레이터는 2018년 3분기보다 1.6% 하락했습니다.
그 결과, 같은 기간에 실질 GDP는 2.0% 증가했는데, 명목 GDP는 0.4%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아직 명목 GDP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디플레이션 초기 조짐이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디플레이션 시대에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나요?
대체로 주식 등 자산 가격은 명목 GDP 성장률만큼 오릅니다.
일본 경제가 본격적으로 디플레이션을 겪었던 1995년부터 2013년까지 명목 GDP 성장률은 연 평균 0%였습니다.
이 시기에 주가(닛케이225 기준) 상승률은 평균 1.3%였는데요.
이 차이가 주식투자라는 위험을 감수한 대가일 것입니다.
■ 디플레이션 상황이면 금리는 계속 내려가는 걸까요?
금리에는 미래의 실질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인 명목 GDP 성장률이 반영돼 있습니다.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명목 GDP가 정체되거나 감소하기 때문에 금리도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때로는 마이너스 상태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내려가면 이론상으론 주가가 올라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이론과 다른 결과가 나타납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의 금리와 주가 사이에는 상관관계(0.62)가 있습니다.
디플레이션 시대에 현실 세계에서는 금리가 올라야 주가도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경제성장률이나 기업수익이 금리보다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들어 금리와 주가가 같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뒤에 물가가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이 왔습니다.
■ 혹시 한국 증권시장에도 그런 일이 나타나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2016년 1월에서 2019년 11월 사이 시중금리(국고채 3년 수익률)와 주가(KOSPI)의 상관계수를 구해보면 0.81로 매우 높습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금리가 오히려 올라야 주가가 오른다는 말이 맞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증권시장이 다가올 디플레이션을 미리 예고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정리하면...
GDP 디플레이터가 4분기 연속 하락했습니다.
다만 소비자물가 등 다른 물가지수가 오르고 집값 등 자산 가격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지금 디플레이션에 빠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경제 곳곳에서 디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이 오면 우리가 경험했던 경제 현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GDP 디플레이터를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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