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큰 화제가 되었던 뉴스는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매각이었습니다.
인수합병 규모는 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4.75조원에 달하는 규모였기 때문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매출의 약 14배,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약 75배에 해당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건데요.
일반적인 M&A 거래 대비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천문학적인 거래금액과 함께 이번 매각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배달의민족이 가진 입지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1만개의 음식점을 대상으로 무려 35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 그야말로 ‘국민앱’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국민앱이 외국계 기업에 매각되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내년 하반기쯤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세기의 거래’에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 공정위는 배달앱 1, 2, 3등 합병을 승인할까?
단기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신고를 수리할지 여부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 간의 인수합병 계약에는 선행조건으로 해당 신고의 수리 여부가 포함되는데, 이번 거래의 경우 이에 대한 논란이 벌써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와 배달통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서비스에 배달의민족을 합하면 시장점유율이 무려 90%를 넘어서 사실상 독과점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음식점 업계와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면밀히 검토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매우 유사한 상황이 딱 10년 전에 있었습니다.
2001년 옥션을 인수하면서 국내에 진출했던 이베이가 경쟁사인 G마켓을 2009년에 인수하면서 사실상 인터넷 쇼핑몰 시장을 독점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오픈마켓 기준으로는 90%가 넘지만, 전체 인터넷 쇼핑에서는 40% 수준이라는 논리로 이베이는 승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 역시 비슷한 논리로 대응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이츠를 비롯해 경쟁 플랫폼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고, 원래 배달을 하지 않는 음식점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부릉 등의 서비스도 있으며, 자체적으로 음식을 배달하는 음식점들도 상당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전체 음식 배달 시장의 규모는 훨씬 크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 딜리버리히어로에 들어간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의 역할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밝힌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의 향후 역할에 관한 부분입니다.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이번 매각을 통해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의 약 5% 내외를 가지게 되면서, 싱가포르에 세워질 새로운 합작회사의 50% 지분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 합작회사를 통한 아시아 지역 사업 확장을 김봉진 대표가 이끈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싱가포르 합작회사의 실체가 아직 모호하고, 우아한형제들 경영진들의 역할 또한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봉진 대표가 딜리버리히어로 본사의 경영진이나 이사로 참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김봉진 대표의 우아한형제들 매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명분을 쌓기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배달 넘어서는 슈퍼앱의 탄생 여부
이번 인수를 통해 슈퍼앱이 탄생할지가 마지막 관전 포인트입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분명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면서 슈퍼앱 탄생을 꿈꿨을 텐데요. 대표적인 슈퍼앱은 승차공유와 소화물운송 서비스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금융, 유통,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중인 말레이시아의 그랩이나 인도네시아의 고젝이 있습니다.
이번 인수로 딜리버리히어로가 과연 한국을 기반으로 한 슈퍼앱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해볼 만합니다.
■ 정리하면...
딜리버리히어로의 우아한형제들 인수는 천문학적인 거래금액과 두 회사의 국내 시장 내에서의 막대한 영향력으로 인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커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래를 승인할 것인지,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의 향후 딜리버리히어로 아시아 사업에서의 역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고젝이나 그랩과 같은 슈퍼앱의 탄생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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