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 재활용품 수집창고에는 폐지가 가득 쌓인 채로 수거되지 않는 일이 있었습니다.
폐지 가격이 계속 하락해 폐지 수거 마진이 줄어들면서 생긴 일입니다.
기존에는 자체적으로 폐지의 품질을 개선해온 수거 업체들은 이제 아파트 주민들에게 그 작업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품질 개선 작업이란 폐지 공장으로 바로 보낼 수 있게 코팅된 폐지나 영수증 용지 등은 따로 분류하고 골판지용 폐지만 따로 묶는 작업입니다.
■ 폐지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기에 이런 일이 생겼나요?
2년 전에 kg당 120원가량이었던 폐지 가격은 최근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폐지 가격은 경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불경기에는 폐지 가격도 낮은 게 일반적이긴 합니다만, 최근의 폐지 가격 하락은 중국의 영향이 더 큽니다.
중국이 2018년에 자국에서 나오는 폐지를 재활용하기 위해 수입산 폐지의 수입 금지 조치를 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그동안 해외에서 폐지를 수입해서 골판지를 만들어 쓰고 자국에서 배출되는 폐지는 그냥 땅에 묻거나 태웠습니다.
자국에서 배출되는 폐지가 분리수거가 잘 안 되다 보니 차라리 수입산 폐지를 사다 쓰는 게 저렴했던 겁니다.
그러나 그런 관행이 지속되면 중국에서 배출되는 폐지는 계속 버려지고 중국의 환경오염이 계속될 우려가 있어서 중국 정부는 외국산 폐지 수입을 금지시켰고 그 때문에 중국으로 가선 폐지들이 갈 곳이 없어지면서 폐지 가격이 크게 내려갔습니다.
■ 그럼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까요?
폐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우리나라의 폐지 수거 시스템에도 계속 불협화음이 생겼습니다.
우선 폐지를 수거하는 일을 하던 노인들의 폐지 수거 소득이 반토막이 됐습니다.
폐지 수거를 포기하는 노인들도 많아졌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폐지 수거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인들로부터 폐지를 사들이는 업체에 지원금을 주기도 했습니다만 최근에는 이를 중단하고, 아예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한 달에 며칠 이상 폐지를 주워오면 20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을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이기도 하지만 그대로 두면 폐지 수거가 어려워지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한 고육입니다.
반면 골판지를 만드는 제지 회사들은 폐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익이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폐지는 모두 골판지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최근 골판지 수요는 늘었으나 원료인 폐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제지 회사들이 그 수혜를 입고 있습니다.
■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과거에는 폐지를 모아주기만 해도 가져가서 알아서 처리하는 업체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그러기 어렵습니다.
폐지를 버릴 때도 추가비용이 드는 시대로 접어든 것입니다.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수년 전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집니다.
제지회사는 아파트나 가정에서 수거된 폐지는 가져가지 않고(수거비용이 많으므로) 해외에서 수입한 저렴한 폐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중국 정부도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폐지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도 그것뿐입니다.
각 가정이 노력과 수고를 들여 재활용 폐지를 깔끔하게 묶어서 배출해도(그래서 국산폐지를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도) 다시 수요처가 줄어든 수입폐지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들어옵니다.
수입되는 폐지는 자국에서 한국으로 싣고 오는 운송비를 스스로 부담하더라도 한국에 저렴하게 파는 게 유리할 만큼 가격경쟁력이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폐지를 수거하는 업체에 지자체가 지원금을 줍니다.
한국에서 수입폐지를 사지 않으면 해당국 정부는 지원금을 올려서 폐지 수거업체가 한국에 그냥 폐지를 버리고 오기만 해도 수지가 맞게끔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국에 폐지 쓰레기가 쌓이고 수거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폐지 수입 금지 조치는 제지회사들이 반대합니다.
원료를 싸게 조달할 투르가 막히니까요.
폐지의 배출량은 많은데 골판지 수요는 그보다 적습니다.
나머지는 태우거나 파묻어야 하는데 그 환경비용이 커지면 남아도는 폐지의 가격은 깊은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집니다.
폐지를 받아주는 제지 회사에 돈을 주고 폐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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