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만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신종플루 등 다른 전염병들이 경기에 짧은 영향만을 주고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V자’로 회복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좀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기에 깊은 상처를 주고 회복도 매우 느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 왜 그런 전망으로 바뀌게 되었나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과거의 감염병들과 다른 점은 사람들이 느끼는 민감도와 두려움이 과거 다른 전염병 때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불분명합니다.
감염율과 치사율 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과거의 감염병에 비해 훨씬 더 위협적이라는 증거는 적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사람들은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외출과 모임, 그에 따른 소비 활동의 중단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제의 두 축인 생산과 소비 가운데 생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예상됐던 일입니다.
발생 초기에는 중국 우한 근처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부품이 제때 만들어지지 않아 우리나라 자동차 공장의 조업이 어렵다는 게 중요한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러나 공급의 차질은 재고를 활용하면서 그 차질을 줄이거나 재고가 소진되더라도 소비자들이 대체재를 선택해서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
최악의 경우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상황이 나아지면 참아왔던 소비가 분출되면서 강한 회복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사태 초기에는 중국 정부의 강한 부양책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공급 차질로 인한 경제 충격은 금방 회복될 텐데 여기에 부양책을 끌어다 부으면 경기가 너무 뜨거워질지도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소비의 위축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게 앞으로의 경기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듭니다.
■ 소비가 위축되는 건 생산 차질보다 더 큰 문제인가요?
생산 차질은 재고의 활용, 또는 대체재의 선택, 상황 개선 이후의 이연소비 분출 등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소비의 위축은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감염이 두려워서 외출을 꺼리고 그에 따라 소비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기 전에는 그 어떤 정책도 통하지 않습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돈을 쓰라고 나눠주더라도 먹히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서 소비가 안 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감염자가 많아지면 감염자를 치료하기 위한 병상과 의사도 부족해집니다.
평소라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던 환자가 병실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고 그런 상황은 코로나19의 통계적 치사율을 높입니다.
그런 신호는 사람들의 외출과 소비활동을 더욱 위축시킵니다.
그리고 소비활동을 진작시키기 위한 그 어떤 시도도 감염자 수를 늘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책으로 충격을 완충하기가 어렵습니다.
유일하게 바랄 것은 이런 상황이 빨리 마무리되고 더 이상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길게 이어지면> 경제활동의 위축에 따른 소득의 감소 폭이 커지고 그 자체가 향후의 소비 수준을 낮춘다는 겁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지나온 이유, 유럽이 불경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모두 이런 <우연히 찾아온 충격 이후 이상하게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소비심리>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런 상황이 길게 이어지면>이라는 가정이 늘 따라다닙니다.
다만 한국, 이탈리아, 이란 등에서 생각보다 병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점과 다른 나라에서도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환자들이 많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그런 걱정이 사실과 다르다는 확증이 나오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절성 독감처럼 일상적인 질병이 되면 현재의 병상과 의료진 숫자로는 당분간(의료진의 확충은 10년 이상 걸리는 일입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중증과 경증 환자로 구분해서 중증 환자만 입원 치료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인 <어느 정도가 중증이냐>는 결정 역시 환자의 상태가 아닌 남아 있는 가용 병상의 숫자에 따라 결정됩니다.
치료를 절대 기준이 아닌 상대 기준에 따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는 건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는 신뢰의 추락으로 실제 상황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생깁니다.
이런 모든 상황이 금융시장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으로 인식됩니다.
■ 중앙은행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미국의 연준도 주가가 계속 급락하자 지난 주말 성명을 내고 연준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중앙은행이 노골적으로 주가 부양에 나선 것을 두고 중앙은행의 타락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지만 걱정되는 부분은 오히려 그 개입의 효과가 크게 기대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타격을 받은 경제가 드디어 실제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각오했던 것보다 더 나쁘게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2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월 50에서 2월에는 45로 추락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지만, 실제론 35.7을 기록했습니다.
단 한번도 5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 서비스업 PMI 지수는 무려 29.6을 기록했습니다.
PMI 지수는 각 기업들의 구매 담당 책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앞으로의 경기 상황에 대한 전망을 묻는 통계자료입니다.
이런 지표의 충격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각오는 했으나 생각보다 더 나쁜 경제지표들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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