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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뉴스

증권사 금고에 구멍이 뚫린 이유

한국은행이 증권사들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한국은행이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담보로 잡고 증권사에 돈을 빌려주기로 한 것입니다.

이렇게 긴급하게 돈을 빌려주기로 한 것은 증권사들이 현금 부족 현상을 호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 때문에 생긴 손실 규모가 생각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요즘 주가가 하락하고 채권가격이 떨어지며(금리 상승) 자금 시장의 경색이 발생하는 이유는 증권사들의 돈가뭄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그 꼬인 고리를 풀어보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 한국은행이 증권사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게 왜 뉴스인가요?

한국은행은 원래 신용도가 좋은 은행들과 거래할 뿐 증권사들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증권사들은 은행보다 신용도가 떨어져서 자칫 부도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은 언제든지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돈을 안정적인 곳에만 써야 합니다.

즉 중앙은행의 돈은 언제나 보존되어야 하는데 중앙은행이 손실을 입는다는 건 그 거래상대방이 이익을 본다는 뜻이어서 증권사 같은 특정 금융회사들이 중앙은행과의 거래에서 이익을 보도록 도와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증권사가 보유한 우량한 채권을 담보로 잡고 빌려줄 경우 손실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지만 은행 이외에는 그런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에게 그런 식으로 돈을 빌려주기 시작하면 기업이 보유한 빌딩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일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관행을 깨고 증권사들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증권사들이 돈이 부족해서 갖고 있는 주식과 채권을 시장에 마구 내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주가가 하락하고 채권 가격이 추락한 이유는 이런 증권사들의 급전 조달 필요에 따른 매도 물량 탓도 있습니다.

 

 

■ 증권사들은 왜 돈이 갑자기 필요하게 됐나요?

증권사들이 고객들에게 판 ELS 때문입니다.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판 ELS는 해외주식시장의 지수가 일정 비율 이상 하락하지만 않으면 시중금리보다 꽤 많은 이자를 주는 상품입니다.

고객은 그 이자를 받기 위해 ELS에 가입합니다.

 

예를 들어 유로스톡스 지수(유럽 주식시장 대표 50개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가 30% 이상 하락하지만 않으면 고객에게 6%의 이자를 주기로 한 ELS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이 상품은 사실은 보험상품과 비슷합니다.

어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로스톡스 지수가 30% 이상 하락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30% 이상 하락하면 투자 손실을 보험금으로 주는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하는데요.

이때 보험회사 역할을 해주는 게 유로스톡스 지수와 연계된 ELS 상품을 구입한 투자자들입니다.

유로스톡스 지수가 30% 이상 하락하는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주고(그러면 ELS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연 6%라는 이자를 보험료로 받는 것입니다.

증권사들은 이런 상품을 약 40조원어치를 팔았습니다.

 

 

■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 하는 투자자가 그렇게 많았던 건가요?

문제는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하는 유로스톡스 투자자와 기꺼이 보험회사가 되어주겠다고 하는 국내의 ELS 투자자를 단순히 연결만 하는 것이면 괜찮은데 증권사들은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하는 유로스톡스 투자자가 없어도 이런 ELS를 만들어서 팝니다.

그리고 증권사가 스스로 6%의 추가 수익을 만들어냅니다.

 

그 방법은 이렇습니다.

고객에게 받은 돈으로 약 80%정도는 채권을 사고 20% 정도를 유로스톡스 주식(지수선물)을 삽니다.

유로스톡스가 생각보다 많이 오르면 거기서 얻은 수익으로 6%를 만들어냅니다.

유로스톡스가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 증권사는 6% 수익을 만들 곳이 없어 손실을 봅니다만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유로스톡스가 하락하면 계속 유로스톡스를 사들입니다.

이때는 고객에게 받은 돈보다 유로스톡스를 <더 많이> 사들여야 합니다.

그렇게 <더 많이> 사야 나중에 혹시 유로스톡스가 반등하면 수익이 커지고 6%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더 많은 돈을 빌려와서 물을 타는 전략입니다.

 

그렇게 해서 반등을 하면 좋은데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계속 더 많은 돈을 가져와서 물을 타야 합니다.

요즘 증권사들은 그런 상황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돈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물을 타는 걸 포기하면 나중에 유로스톡스 주가가 올라도 6% 수익을 못만들고 손실을 봅니다.

증권사들이 그렇게 물을 타는 데 필요한 자금이 수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사들은 이 돈을 마련하려고 요즘 갖고 있던 주식과 채권을 마구 내다 팔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앞으로 증권사들은 어떻게 되나요?

계속 물을 타다가 유로스톡스 주가가 30%보다 더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고객이 손실을 보면 되므로 증권사들은 열심히 사들인 유로스톡스 주식을 팔고 손을 털면 됩니다.

물을 타다 생긴 손실은 고객이 보는 손실금으로 벌충이 됩니다.

그러나 주가가 30%보다 더 떨어지지 않으면서 계속 이런 상황이면 물을 타기 위한 자금을 계속 끌어와야 하고 자칫하면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