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10만원이었던 현대차 주가가 한 달 만에 17만원대로 올랐습니다.
어제 조정을 받긴 했지만, 그제는 하루에 17%나 오르기도 했습니다.
니콜라가 현대차에 협업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트리거가 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찬가지로, 현대차와 같은 대형 주식이 마치 코스닥 테마주처럼 소식 하나에 뛰어버린 겁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요?
쉽게 말하면 주식 시장에 몰린 에너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알고 보니 현대차가 높은 성장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시장이 알아줬다는 방증도 됩니다.
◆ 대형주의 상징성
현대차의 상승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 나도 주식할걸”이라는 후회를 불러일으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예를 들어 지인이 코스닥에 있는 작은 종목으로 2~3배 정도 수익률을 냈다고 하면, 부러워하는 사람이 적을 겁니다.
“그런 도박은 하면 안 된다”고 말할 사람이 많겠죠.
하지만 현대차와 같은 대형주에 투자해 큰 돈을 벌면 “오, 부럽다”라고 말합니다.
코스닥 소형주와 달리, 현대차는 망할 가능성은 낮다는 걸 사람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강남 아파트를 사서 돈을 벌었다고 했을 때의 심리와 비슷합니다.
이런 후회는 사람들을 주식시장으로 유입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에너지, 후회 등의 단어를 써서 설명을 드렸는데요.
투자를 할 때는 이 같은 단어를 정량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량화해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주식 위험 프리미엄(Equity Risk Premium, 이하 ERP)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겁니다.
◆ 예금에서 주식으로 넘어가면...
주식은 언제 돈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돈을 떼일 일이 없는 은행 예금보단 수익이 높아야겠죠.
<주식 수익률이 예금 이자율보다 얼마나 높아야 주식에 투자할 건지>를 말해주는 게 ERP입니다.
예금만 하던 사람이 주식으로 넘어오려면 여러 허들을 넘어야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엄마가 주식은 하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 말부터 어겨야겠죠?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진 경제도 걱정되고, 미국과 중국은 싸우고 있고, 코로나가 다시 유행할 수도 있고요.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 ERP입니다.
이 산을 넘어야 주식 시장으로 넘어올 수 있습니다.
ERP를 계산하기 위한 가장 쉽고 직관적인 방법은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인데요.
“은행 예금보다 얼마 더 주면, 주식 투자하실 거예요?” 이렇게 물어보면 됩니다.
◆ ERP 6.7%
지난 7월, SK증권에서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총 1200분의 응답을 바탕으로 계산한 ERP는 6.7%가 나왔습니다.
예금 이자보다 6.7%포인트 정도 수익률이 더 나오면 예금 그만하고, 주식을 하겠단 뜻입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에 사람들의 ERP는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코로나19 이후에 당신의 주식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졌나요? 낮아졌나요?”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조사 결과는 놀라운 수준이었는데요.
38%가 크게 높아졌다고 대답했고, 높아졌다고 응답한 투자자의 비중은 33%였습니다.
낮아졌거나, 크게 낮아졌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은 겨우 0.7%에 불과했습니다.
주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면, 주식에 요구하는 수익률(ERP)은 낮아졌을 겁니다.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얼마나 낮아졌나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평균적으로 1.8% 정도 덜 보장해줘도 주식으로 넘어오겠다고 응답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코로나 이전에는 주식 수익률이 예금이자보다 8.5%포인트 정도 높아야 주식에 투자했는데, 지금은 6.7%포인트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예금 이자의 기준이 되는 금리도 낮아졌습니다.
국고채 3년물의 금리는 올해 초 1.4%에서 현재 0.8%로 낮아졌는데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자산의 수익률이 매우 낮아졌으니, 주식도 그보다만 높은 수익을 내면 되는 셈입니다.
따라서 주식의 가격도 올라갈 여지가 커지죠.
이렇게 무위험 자산에 비해 얼마나 더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측정하고, 그걸 기반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걸 초과 이익 모형(Residual Income Model)이라고 하는데요.
이 모형을 기반으로 현대차의 기업가치를 평가했을 때, 최대 48%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분석됐습니다.
(물론 현실에선 수많은 변수가 있으므로 꼭 예측대로 흐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활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 몸값 치솟자…빌라 '패닉 바잉' (0) | 2020.08.17 |
---|---|
삼성생명 주가가 21% 급등한 이유 (0) | 2020.08.14 |
저성장 시대 재테크의 모습 (0) | 2020.08.12 |
주식은 꿈을 먹고 큰다 (0) | 2020.08.11 |
서울 13만호 공급, 과연 통할까... (0) | 2020.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