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나스닥 시장의 주요 기술주들의 콜옵션을 일본 소프트뱅크가 대규모로 사들였다는 보도가 여러 방향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나스닥 주가는 이 보도를 악재로 받아들이고 크게 내렸고 일본 증시에서 소프트뱅크 주식도 7%가량 급락했습니다.
콜옵션은 주식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증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주가가 120달러인 애플 주식을 올해 연말에 주당 130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증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겁니다.
그 권리증의 가격은 2달러일 수도 있고 5달러일 수도 있습니다.
연말에 애플 주가가 비싸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을수록 그 가격이 올라갑니다.
연말에 주당 130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증을 사느니 지금 애플 주식을 120달러에 그냥 사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그러려면 1주를 사는데 120달러가 들지만, 130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증을 사면 1장에 2달러면 됩니다.
120달러가 있다면 그런 권리증을 60장을 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말에 주당 130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증(콜옵션) 가격이 2달러라면 그걸 사들인 투자자는 연말에 애플 주가가 140달러가 되면 8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무려 4배의 투자수익률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이런 콜옵션들을 40억달러어치나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마 엄청난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을 겁니다)
콜옵션을 산 주체가 소프트뱅크라면 그걸 파는 주체는 보통 은행들입니다.
이들은 연말에 애플 주가가 별로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한 것입니다.
만약 연말에도 애플 주가가 120달러라면 주당 130달러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은 행사되지 않고 휴지가 될 것이고 그러면 그 휴지(?)를 장당 2달러에 판매한 콜옵션 매도자들은 이익을 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거래를 한 후에 애플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면 콜옵션을 매도한 은행들은 불안해집니다.
콜옵션을 사들인 소프트뱅크가 이익을 보는 만큼 그들은 손해를 봐야 하는 게임입니다.
은행들도 그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애플 주식을 사들입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뱅크가 연말에 애플 주식을 130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증을 1만장을 갖고 있다면 애플 주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소프트뱅크는 1만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만약 은행들도 애플 주식 1만주를 사서 1달러가 오를 때마다 1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면 은행들은 콜옵션을 매도한 결과로 입을 손실을 막을 수(주식에서 번 돈으로 메울 수) 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나스닥 주요 종목들의 콜옵션을 대거 매수했다면 아마 은행들도 최근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 위험 회피를 위해 주식을 대거 사들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결국 최근의 나스닥 주가 상승은 소프트뱅크와 주요 은행들이 벌인 거래의 결과물이지 그 회사들의 미래 실적 전망이 좋아져서가 아니라는 결론과도 연결됩니다.
나스닥 주가가 급락한 것은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주가가 오르면 앞서 설명드린 이유로 콜옵션을 판 은행들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내리기 시작하면 은행들은 굳이 위험을 피할 필요가 없으므로 갖고 있던 주식을 팔 수도 있습니다.
소프트뱅크에게 큰 돈을 줘야 할까봐 겁나서 산 주식인데 주가가 내리면 큰 돈을 줄 필요도 없기도 하고 오히려 괜히 그 주식을 갖고 있다가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소프트뱅크와 거래 상대방인 은행들의 옵션 거래로 인해 나스닥 시장은 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내리기 시작하면 또 가파르게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 나스닥 시장의 주가는 더 계속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물론 다시 상승으로 방향을 틀면 그동안 주가가 계속 올랐던 이유와 동일한 이유로 계속 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의 패가 드러난 만큼 다른 투자세력들이 소프트뱅크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가를 움직여줄 가능성은 적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소프트뱅크의 콜옵션 매수설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소프트뱅크가 대규모의 투자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소식이지만,
어제 일본 시장에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7% 넘게 하락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콜옵션 투자로 돈을 번 게 반갑기 전에 왜 소프트뱅크가 그런 위험한 투자를 하게 됐을까 하는 불안감이 더 강하다는 방증입니다.
소프트뱅크는 주로 비상장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해서 큰 돈을 벌었으나 위워크 등의 투자실패 이후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사업부를 별도로 신설하는 등 투자 방향을 다소 바꿨습니다.
이번 옵션 거래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공식 입장 발표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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