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말 이틀 연속 미국 나스닥 대형주들의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당시 별다른 사건이나 뉴스가 없었던 만큼 주가 급락을 ‘특별한 이유없는 하락’ 또는 ‘민스키 모멘트 효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 두가지는 거의 동의어입니다.
쉽게 말하면 둘 다 ‘어쩌다보니 어어 하다가 급락했다’는 뜻입니다.
주식시장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자산시장에는 주기적으로 과도한 상승과 급격한 하락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납니다.
그 이유를 민스키라는 경제학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금융시장에서는 항상 과열과 추락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주가가 슬슬 오르면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지만 그 상승세가 지속될수록 사람들은 부채를 일으켜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를 감행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서 주식을 사는 것인데 그렇다면(상승을 전제로 한다면) 기왕이면 오를 때 수익이 더 많은 레버리지 투자가 더 나은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부채를 조달해서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 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부채를 일으킨 투자자들은 엄청난 이익을 거두게 된다.
용기있는 자가 돈을 버는 시장이 계속되면 소심한 투자자들도 부채를 조달해서 시장에 뛰어들게 되고 어느 순간 너무 많이 오르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이 번지기 시작하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식을 내다파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는 순간이 온다. (이 순간을 민스키 모멘트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부채를 조달해서 투자한 투자자들은 하락의 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주식을 팔게되고 그러면 주가는 더 하락하면서 폭락 장세가 펼쳐진다. 사람들의 심리가 늘 비슷하다면 이런 일은 계속 영원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난주까지 오르던 주가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과정에 특별한 뉴스나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다 괜찮다’는 시장 전략가들의 전망도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민스키 모멘트’는 원래 펀더멘털에 아무 변화가 없을 때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는데 가격은 계속 올라가는 현상이 지속되다가 감성적 정신적 심리적 한계에 부딪치는 순간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다는 설명인데요.
그런 이유로 나타나는 하락세를 방어할 수 있는 논리는 아닙니다.
민스키 모멘트는 펀더멘털의 변화가 아니라 단순히 그동안 많이 오른 탓에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최근의 급락을 설명하는 몇 가지 다른 사실들이 있긴 합니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한달 전 미국 나스닥 주식의 상승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을 매수했는데 최근 그걸 팔기 시작했거나 아니면 그걸 사들인 것 자체가 '조만간 매도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모두 장기간의 상승에 따른 불안감의 결과입니다.
누가 사든 누가 팔든 적절한 가격이라면 별로 두려울 게 없기 때문입니다.
민스키 모멘트는 거품이 꺼지고 자산가격이 추락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의미하는 데 민스키 모멘트인지 아닌지는 지나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급락 이후에 다시 상승하는 경우도 자주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급락이후에 다시 상승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이 급락 그 자체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거품이 크게 형성되어야 진짜 거품이라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역시 지나가봐야 아는 일입니다.
민스키 모멘트에 따른 하락은 패닉셀링을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과도한’ 하락을 가져옵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이 ‘과도한’하락입니다.
주가가 미리미리 조정을 받고 천천히 오른다면 하락이 있더라도 ‘과도하게’ 하락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과도하게 오른 주가는 과도하게 조정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과도한 하락이 주는 충격과 파급효과는 과도한 상승과정에서 즐길 수 있는 달콤함에 비해 몇 배 크고 길다는 점, 그리고 그 충격과 파급효과가 상승과정에서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저소득층에게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과도한 상승의 시기는 짧기도 하고 민스키 모멘트에 의해 조정을 받고 거품이 꺼지면서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과도한 하락의 시기는 생각보다 매우 길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생긴 불경기 심리는 제자리로 돌리는 데 매우 긴 시간이 걸립니다.
(일본의 사례가 그것입니다.)
자산시장의 거품을 걱정하는 이유는 거품이 꺼지는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거품이 꺼진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생활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전자, 유리처럼 투명한 스마트폰 (0) | 2020.09.09 |
---|---|
나스닥을 끌어올린 건 소프트뱅크... (0) | 2020.09.08 |
서울 집 마련하려면 14년 걸린다 (0) | 2020.09.04 |
역대 최고로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 따져봐야 할 지점 (0) | 2020.09.04 |
연 6% 배당 주는 리츠, 왜 외면 받을까 (0) | 2020.0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