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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뉴스

중소기업에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임금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일본 대기업 근로자 임금의 1.5배 수준이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일본의 비슷한 규모 기업 근로자 임금의 77% 수준에 그쳤습니다.

기업규모별 평균임금 비교(2017년 기준). <자료 : 중소기업연구원>
대기업 대비 평균임금 비중(종업원 10~99인 기업). <자료 : 중소기업연구원>

 

■ 우리나라 대기업 임금이 너무 높나요?

물론 이런 자료를 근거로 우리나라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과도하며 중소기업 임금은 너무 낮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임금이 일본의 1.5배라고 조사된 우리나라 대기업 근로자들의 근속연수나 나이 학력 경력 등이 일본 대기업 근로자들과 비교할 때 더 월등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분석할 때 늘 고민스러운 부분은 이런 격차가 어디서 발생한 것인지 원인을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사람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근무할 때의 임금차이'라는 가정은 성립하기 어렵고 그래서 그 차이는 조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가 대기업 근로자들의 학력과 경력이 더 뛰어나거나 나이가 더 많기 때문에 생긴 격차인지, 아니면 그냥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과도하게 많이 받거나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오로지 회사의 규모 때문에 임금을 적게 받는 것인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조사들이 자주 수행되지만 대안이나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 격차가 많이 나는 이유는 뭔가요?

1. 똑같은 근로자라도 대기업이 임금을 더 주는 게 아니라 대기업일수록 우수한 근로자를 많이 채용하므로 평균임금이 높다. 대기업은 직무교육에도 돈을 더 투자하기 때문에 대기업 근로자들은 능력이 빨리 향상된다.

 

2. 대기업은 기계로 대체할 수 있는, 반복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는 기계로 대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대체되지 않은 직원들의 평균임금은 높다.

 

3.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지 여부를 감시하기가 어렵다. 대기업은 임금을 많이 줌으로써 게으름의 대가(해고됐을 때 임금 손실)를 크게 만들어서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

 

4. 기업규모가 클수록 근로자 개인이 담당하는 업무는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직원이 이직할 경우 그 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이 크므로 이직을 막기 위해 급여를 높게 준다.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이런 이유들이 작용하기도 하고 고용의 경직성으로 인해 대기업으로의 이직이 어려운 상황이 중소기업 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 임금격차가 왜 문제가 되나요?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낮은 현실은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많은 구직자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면서 취업준비를 장기간 하게 됨으로써 직무교육의 기회를 잃게 되고, 결혼시장에서도 서로 결혼을 주저하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언제든지 대기업으로 옮길 수 있는 시장이라면 현재 다니는 회사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데 아무 변수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임금격차가 생기기 시작하면 더 경쟁력 있는 직원들은 대기업으로 몰리고 중소기업에서는 경쟁력 있는 직원들이 퇴사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에, 임금격차는 더 벌어지고 그 차이가 점점 합리화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유 없는 차이였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이유 있는 차별이 될 만큼 인력의 질이 차이가 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직원의 평균 근속기간은 5년 안팎으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입니다.

급여가 낮으니 장기 근속을 하지 않고 근속연수가 짧으니 업무 노하우나 생산성이 향상되지 못하는 악순환입니다.

 

■ 해법은 없나요?

문제는 이 격차를 줄이는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위해 지원을 많이 하자는 제안이 자주 등장하지만 대기업에게 그렇게 할 인센티브도 없고 그렇게 한들 중소기업 오너가 직원들의 임금인상에 그 돈을 쓸 이유가 없다는 문제와 부딪치게 됩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포인트는 중소기업이라도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의 경우는 대기업과의 임금 차이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1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신입사원은 대기업 직원 임금의 67%에 그치지만 2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은 동일한 근속연수인 대기업 직원 임금의 84%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도 소수지만 유능한 직원은 꽤 높은 급여를 주고 있으며 그런 직원은 당연히 장기 근속할 이유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