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세금 폭탄 맞다

빗썸이라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800억원가량의 세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내국인들이나 외국인들이 모두 암호화폐 거래를 했을 텐데요.
내국인이야 암호화폐를 사고 팔아 번 돈을 개인이 알아서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게 법이지만, 외국인들은 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돈을 벌면 그들에게 돈을 내주는 곳에서 그 외국인이 내야 할 세금을 대강 계산해서 원천징수하고 나머지 돈만 내줘야 합니다.
내국인들은 세금을 안 내면 국세청이 이듬해라도 불러서 내라고 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로 그냥 돌아가버리고 나면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외국인과 거래하는 사업주체가 국세청 대신 세금을 미리 받아놓으라는 의미입니다.
■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그런데 빗썸은 왜 그렇게 원천징수한 돈을 국세청에 내지 않느냐는 게 국세청의 논리인데요.
문제는 빗썸뿐 아니라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자신들이 단순히 시장에 불과할 뿐이어서 누가 얼마나 차익을 거뒀는지 알 길이 없고 그러니 세금을 원천징수해서 받아놔야 하는 건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이게 자칫 잘못 꼬이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암호화폐 거래에 큰 파장이 올지도 모릅니다.
■ 거래소가 외국인들에게 세금을 얼마나 받아놨어야 된다는 말인가요?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국세청이 빗썸에 800억원가량의 세금을 부과했다는 것뿐입니다.
국세청이 암호화폐 거래 차액을 양도소득으로 보고 부과한 건지 기타소득으로 보고 부과한 건지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기타소득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타소득의 경우 세율은 22%입니다만, 그 소득의 원천이 양도차익일 경우에는 양도차익의 22% 또는 양도금액 전체의 10% 중에 작은 금액을 부과합니다.
아마 국세청은 양도차익을 국세청이 일일이 계산할 수 없으니 양도금액 전체의 10%를 원천징수 했어야 했다고 판단하고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양도차익의 22%가 더 낮은 금액이라면 그건 해당 외국인이나 거래소가 소명해서 환급받아가라는 뜻 같습니다.
■ 외국인이 암호화폐로 번 돈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내국인도 내야 하나요?
외국인과 내국인에 적용되는 세법이 좀 달라서 내국인은 아직 세금을 낼 필요는 없습니다.
외국인의 경우에는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있지만 내국인에 대해서는 세법상 열거된 소득 이외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습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아직 과세 체계가 명시되지 않아서 과세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정부도 내년부터는 어떤 식으로는 세법을 바꿔서 암호화폐 거래 차익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해서는 어떤 소득이든 소득이 발생했으면 반드시 과세한다는 원칙이 적용되고 있어서 이번에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간접적으로’ 과세를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 다른 거래소들에도 과세될까요?
외국인들이 거래한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그 차액이 외국인들의 소득이 됐으니 거래소에서 원천징수를 하고 나서 돌려주라는 게 국세청의 입장입니다. (복권 당첨금은 당첨자에게 줄 때 세금을 떼고 줘야 되는 것과 같다는 겁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소유했던 빌딩을 매수하는 한국인은 그 외국인이 그 빌딩을 얼마에 샀었는지 정보가 있으면 그 매매 차액의 22%나 그 빌딩 거래가격의 10% 중에 적은 금액을 그 외국인으로부터 원천징수해놔야 됩니다. (그 돈은 나중에 국세청에 내야 합니다.)
즉 빌딩 값을 치를 때 그 외국인이 내야 할 세금은 빼고 빌딩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겁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그렇게 했어야 한다는 것인데, 다른 거래소들에도 그런 요구를 할지 여부는 국세청에 달려있습니다.
■ 그럼 어떤 파장이 있을까요?
문제는 거래소들이 거래하는 회원들이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세법에서는 한국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내국인인 게 아닙니다.
국내에서 183일 이상을 머무르면서 경제활동을 하면 외국 국적자도 세법상 내국인(거주자라고 합니다)이고 반대로 한국인이지만 해외에서 주로 경제활동을 하면 세법상 외국인(비거주자라고 합니다)입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활동하는 추신수 선수는 한국인이지만 세법상 외국인이어서 그 선수가 암호화폐 거래를 하면 거래소는 양도차익이나 거래금액에 대해 원천징수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거래소는 그 당사자가 세법상 외국인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보수적으로는 모든 거래소 이용자들을 잠재적인 외국인으로 보고 원천징수를 해야 합니다.
일부 거래소에서 모든 이용자들에게 출금액의 일부를 원천징수 명목으로 공제한 후 내주기 시작하면 암호화폐 거래자들은 다른 거래소들도 곧 그렇게 할 것으로 보고 일단 먼저 계좌에 있는 코인과 현금을 인출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국세청이 다른 거래소들도 빗썸처럼 최근 5년치 원천징수액을 세금으로 부과할 경우 거래소들 중에 일부는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거래소들이 고객자산과 자기자산을 명확히 구별해놓지 않았다면 그 피해가 고객들에게 전가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거래소가 그런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 고객들은 일단 돈과 암호화폐를 인출하려고 할 겁니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출고가 번거롭거나 어려울 경우는 일단 팔고 현금으로 출금하려는 수요도 많을 겁니다.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는 뜻입니다.
고객들의 인출 요구가 집중될 경우 일부 거래소들은 고객들의 요구에 응하기 어렵습니다.
고객들이 일시에 모든 계좌의 코인과 현금을 모두 인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고객들 자산을 사실상 본인들 돈처럼 써버린 거래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 당국이 어떤 거래소에 문제가 있는지 어떤 거래소는 괜찮은지를 명확하게 구분지어주지 않으면 불확실성은 모든 거래소로 번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