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월세 거주기간이 현재 2년에서 4년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세입자들이 좀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입니다.
국회에서 전월세 거주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법을 만드는 중입니다.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긴 하지만 큰 이견이 없다면 내년 상반기쯤 이 법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 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
우리나라에 100가구가 산다면 그중 45가구는 세입자고 45가구는 남는 집을 전세나 월세로 놓은 집주인 가구입니다.
본인이 본인의 집에 거주하기 때문에 전세나 월세 계약서를 볼 일이 없는 가구는 10가구입니다.
전월세 제도의 변경은 우리나라의 90%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줍니다.
■ 정확히 무슨 제도가 생기는 건가요?
4년 전세제도라고 쉽게 표현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2년 동안 전세나 월세를 산 후에 같은 집에 2년 더 거주할 권리를 주는 겁니다.
이른바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게 그겁니다.
그런데 2년 더 살겠다고 할 때 집주인이 "좋다 그 대신 월세를 두 배 더 내라"라고 한다면 더 살 수 없겠죠.
그래서 4년 전세를 보장하려면 중간에 전세나 월세를 ( )% 이상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법도 같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걸 우리는 전월세 상한제라고 부르니 사실 모두 동의어인 것입니다.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4년짜리 전세제도
■ 왜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거죠?
세입자가 4년간 안심하고 살 수 있습니다.
적어도 4년 동안 주거가 안정된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좋은 거라면 왜 8년이나 10년으로 하지 않고 4년으로만 하려고 할까요?
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 단점이 뭔가요?
전월세 가격이 오를 겁니다.
다만 여기서 꼭 설명드리고 싶은 부분은 "왜 전월세 가격이 오르냐"입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집주인들이 미리 전세나 월세를 올릴 것"은 틀린 말입니다.
수요와 공급이 변함이 없는데 집주인이 올리고 싶다고 올릴 수 없습니다.
지금 가격이 '시장가'이기 때문입니다.
집주인이 "올리고 싶어"한다고 세입자가 더 주지 않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재산세가 오른다고 전월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얘기도 마찬가지로 틀립니다. 수요와 공급이 일정한 상황에서 집주인이 세금을 더 내게 됐다고 마음대로 전셋값을 높여 부르면 아무도 그 전세에 살지 않을 겁니다)
■ 전셋값이 오른다면 어떻게 되나요?
장기적으로 공급이 줄어들 겁니다. 그러면 가격이 오르겠죠.
4년 전월세 제도를 도입하면 4년 동안 세입자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2년 후에 그 집에 들어와 살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집주인은 4년짜리가 될 수도 있는 세입자를 받는 대신 2년 동안 스튜디오나 작업실 등 단기 임대용 공간으로 그 집을 굴릴 수도 있고, 혹은 아예 비워놨다가 2년 뒤에 본인이 입주할 겁니다.
이런 경우가 생기면 그 순간 전월세 집주인이 한 명 줄어드는 겁니다.
공급이 한 개 줄어드니 그만큼 가격이 올라갈 여지가 생깁니다.
■ 진짜 그럴 경우가 많이 생길까요?
최근 정부는 여러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각각의 부동산 정책이 '4년 전세 제도'와 맞물려 각기 다른 효과를 낼 겁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1. 전세 대출을 포함한 모든 주택 관련 대출 제한
이 정책으로 집주인은 전세 세입자를 내보내고 집을 비워놓는 게 어려워집니다.
은행에서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대출을 안 해주기 때문입니다.
내보내려면 여유자금이 많아야 합니다.
이런 경우 집주인은 4년 전세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이 줄어들지 않으니 전세가 오를 이유도 없습니다.
2. 1주택자도 실거주해야 하는 쪽으로 정책을 변경
이 정책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도록 만듭니다.
2년이라면 전세를 놓을 수 있지만 4년이라면 그 후에 2년 이상을 거주하고 집을 팔아야 하니 4년 전세가 부담스럽습니다.
차라리 다른 용도로 쓰거나 비워뒀다가 필요할 때 입주하는 게 낫습니다.
여유자금이 있는 집주인들은 이렇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년짜리 세입자를 받았다가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집을 매각하게 되는 바람에 양도세를 더 내게 되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집을 비워놓는 대가는 전세금 곱하기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이 정책은 전세 물량을 줄게 합니다.
3. 실수요자도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
이 요인은 집주인이 집을 팔 때 수요자가 부족하게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집을 사겠다고 보러 오는 수요자가 적은 상태에서는 <빈집>을 매물로 내놓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수요자가 실거주도 할 수 있고 임대용으로 쓸 수도 있어야 집을 쉽게 팔 수 있으니까요.
세입자를 받지 않고 집을 비워놓는 게 나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역시 전세 물량을 줄입니다.
결론적으로 집주인이 자금의 여유가 있을수록 4년 전세제도가 도입되면 빈집이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만큼 셋집 공급이 줄고 그만큼 가격이 올라갑니다.
■ 공급은 그렇다 치고, 수요 측면은 어떤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4년 임대는 2년 임대보다 세입자에게 좋은 제도입니다.
그래서 집을 구입해서 집주인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세입자로 남겠다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집니다.
이건 전세 수요를 늘리는 요인입니다.
역시 임대료가 올라가는 원인이 됩니다.
■ 결국 이 제도 도입하면 전월세 가격이 오르겠네요?
네 아마 그럴 겁니다.
다만 집주인이 전월세를 올리기 때문이 아니라, 임대용으로 내놓는 집의 매물이 줄어들기 때문에 올라갈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급을 어떻게든 늘리면 되겠죠.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1. 정부가 정부 예산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든가,
2. 새롭게 집주인이 되겠다는 케이스를 많이 유도하든가
■ 그게 가능한가요?
1번은 돈이 많이 들어서 어렵습니다.
서울에서 평균적인 아파트로 임대용 주택 한 채를 공급하려면 서울의 평균적인 아파트 분양가만큼 돈이 듭니다.
8억 원쯤 되는 돈을 어느 한 가정을 위해 쏟아붓는 게 과연 괜찮을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2번을 하려면 다주택자에게 유리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
2~3년 전까지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준 것은 당시에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습니다만, 전월세가 아닌 집값이 오르는 시기가 되자 그 정책은 1년 만에 아주 나쁜 정책으로 평가가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쪽으로 움직였고 그래서 전월세가 오릅니다.
결국 정부 주도로 물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 정리하면...
4년 전세 제도는 세입자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결국 전셋값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큽니다.
전셋값을 잡으려면 다주택 보유를 장려해 전세 물량을 늘리면 되지만, 이건 집값 상승을 불러올 겁니다.
집값도 잡으면서 전세 가격도 내리는 묘안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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