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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뉴스

금리 인하는 해결책이 될까?

미국도 기준 금리를 제로금리로 끌어내렸고, 한국은행도 어제 기준금리를 0.75%로 0.5% 포인트 낮췄습니다.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게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방어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어떤 경로로 그게 가능하며 불가능하다면 다른 대안은 뭐가 있을까요?

 

 

■ 이번 사태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슷한가요?

요즘 진행되고 있는 경기 위축과 금융 시장의 충격은 과거의 금융 위기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시작은 달랐지만 결과는 거의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97년 아시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의 문제가 시발점이었고, 그 결과 나타난 금융 시스템 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붙어 생긴 불경기였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섞인 파생상품이 여기저기서 문제가 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불신이 나타나고 자금의 흐름이 멎었습니다.

그 문제로 주가가 폭락하고 그 영향을 받아 실물 경제도 나빠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실물 경제의 불안이 먼저고, 그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순서가 서로 다릅니다.

금융시장은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번져간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고 그 결과 약한 기업들이 쓰러질 가능성과 그 여파가 몰고올 두려움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여기저기 걱정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 왜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내리고 있을까요?

현재의 문제는 

1.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

2. 소비 위축과 기업 실적 감소

3. 한계기업의 속출과 그에 따른 불안감으로 자금 공급 경색

4. 연쇄 부도 등으로 인한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흐름이 점점 가시화된다는 점입니다.

 

결국 1번을 해결하면 되는데 이건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1번을 포기하고 2번을 해결하려면 사람들이 감염을 무릅쓰고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야 합니다.

그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3번부터 막는 게 최선인데 그러려면 한계기업들에게 긴급 자금을 누군가가 공급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나 중앙은행이 이런 일을 직접 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어떤 기업을 도와주려고 마음먹으면 그 기업은 영원히 망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나 중앙은행이 특정 기업을 도와주는 건 전례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습니다.

가끔 정부가 은행들을 독려하면서 도와주거나 정부 소유 은행들이 해당 기업들을 돕는 일은 있지만 중앙은행은 특정 기업에 자금을 직접 지원할 수 없습니다.

 

결국 4번을 막는게 최선입니다.

그러려면 망할 기업은 망하더라도 망하지 않아도 될 기업이 단지 시중 자금의 경색 때문에 망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것은 4번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 금리를 내릴 때 효과를 보는 건 어떤 부분인가요?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요즘 달러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중에 신용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너도 나도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국채나 금 같은 안전자산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일단 팔아서 현금화하자는 수요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돈을 빌리기 쉽게 금리를 내리고 중앙은행이 시중의 국채 등을 사들이면서 직접 자금을 풀어내줘야 합니다.

 

미국의 회사채 시장은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신용이 낮은 기업들도 싼 이자로 돈을 빌려서 써왔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회사가 100억원이 필요하면 은행은 그 회사에 100억원을 빌려주고 그 차용증을 여러 조각을 내서 투자자들에게 팔았습니다.

이자 수익이 필요한 투자자들은 그 조각을 샀는데 그 조각의 이름이 CLO입니다.

만약 위험한 기업들이 이 회사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이 CLO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도 손실을 크게 입습니다.

누가 손실을 크게 입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아무에게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 신용 경색의 문제가 생깁니다.

중앙은행이 막고 싶어하는 건 그런 일입니다.

 

 

■ 금리 인하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금리 인하로 할 수 있는 일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소멸도 아니고 소비 진작도 아니고 혹시 생길 수 있는 신용 경색을 막는 일뿐입니다.

마치 불이 난 화재 현장에서 건물 아래에 매트리스를 까는 것과 비슷합니다.

매트리스를 깐다고 불이 꺼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화상을 덜 입는 것도 아니지만 혹시라도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이 있으면 화상이 아닌 추락사는 막아보자는 시도입니다.

 

금리 인하가 사태의 확산을 차단할 뿐 직접적인 원인인 코로나 바이러스나 이에 따른 경기 위축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시장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여러 정책에도 불구하고 계속 패닉 양상을 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바로 어제도 금리를 내렸음에도 미국 증시는 대폭 하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3번의 고리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한계기업들의 회사채를 매입하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기업 부도의 위기를 넘길 수 있고 사태의 해결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중앙은행들은 이런 요구를 못마땅해합니다.

위기가 올 때마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살려내면 그건 공정한 생태계가 아니라는 게 중앙은행의 논리이고,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건 충격의 방지와 경제성장의 지속이며 중앙은행도 그걸 위해 만든 기관일 뿐이라는 게 시장의 논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