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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뉴스

증권사의 계속되는 문제... 부동산 PF 대출

 

요즘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일들의 대부분은 증권사들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얼마 전에는 달러가 모자라서 아우성이었고 이번에는 부동산 PF대출이 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 부동산 PF 대출이 뭔가요?

아파트를 지으려면 땅을 사고 시공사를 정하고 분양을 해야 합니다.

분양만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분양받은 사람들이 내는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공사를 하면 됩니다만 문제는 허허벌판에서 처음 삽을 뜰 때입니다.

아파트를 지을 시행사가 땅을 사야 하는데 아파트값의 대부분은 땅값이니 시행사가 돈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아파트 지을 땅을 구입할 돈을 빌려야 하는데 그게 부동산 PF 대출입니다.

PF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약자입니다.

아파트 짓는 프로젝트를 위해 돈을 조달하는 파이낸싱을 했다는 뜻입니다.

 

 

■ 증권사는 왜 여기에 얽혀 있나요?

원래 부동산 PF대출은 위험한 대출입니다.

분양이 잘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지을 땅을 살 돈을 빌려주는 것이지만 분양이 잘 안 되고 땅만 남으면 그 땅을 처음 산 가격에 되사갈 사람은 없습니다.

아파트 분양을 못할 땅은 농사나 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양이 잘 되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대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가 좋던 시절에 이 PF대출을 많이 해줬습니다.

증권사가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 PF대출을 해주고 그 대출한 차용증을 투자자들에게 다시 팔았습니다.

투자자들과 아파트 짓는 시행사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위험을 떠안기 싫어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증권사가 보증을 섰습니다.

투자자들에게 파는 그걸 PF 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라고 하는데요.

기업어음(CP)이되 토지라는 자산(Asset)이 담보로 제공된(Backed) 기업어음이라는 뜻입니다.

 

증권사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증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지만 혹시 증권사가 그 돈을 못 갚으면 아파트 지을 땅도 담보로 주겠다는 뜻입니다.

물론 증권사가 그 돈을 못 갚는 상황이라는 건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거나 금융위기가 와서 증권사가 어려워지는 상황이고 그런 때가 오면 아파트 지을 땅도 가치가 매우 떨어지는 상황일 테니 투자자들도 리스크가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설마 부동산 경기가 추락할까 & 설마 증권사가 망할까 & 만기가 3개월짜리인데 설마 그 3개월안에 무슨 일이 있을까>라는 이유로 이 기업어음을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증권사는 그 기업어음 투자자들에게 주는 이자보다 더 많은 이자를 아파트 짓는 시행사들로부터 받아서 그 차액을 가져가는 영업을 했습니다.

 

 

■ 그런데 그게 어떻게 됐다는 건가요?

말씀드린대로 이 PF ABCP는 만기가 3개월짜리입니다.

만기가 돌아오면 그만큼의 금액을 다시 발행해서 기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줍니다.

카드 현금서비스 돌려막기와 비슷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발생해서 아무도 이 PF ABCP를 선뜻 사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증권사가 자체 자금으로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반환하지 않으면 부도가 나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이 4월에 11조원 5월에 6조원, 6월에 4조원입니다.

 

증권사의 자금사정을 감안할 때 외부 자금이 없으면 갚지 못할 수준의 금액입니다.

금융시장이 평소와 같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요즘처럼 자금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어디에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입니다.

 

 

■ 그럼 어떻게 하죠? 큰일난 건가요?

한국은행이 어제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비은행 금융기관에도 한국은행이 직접 대출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밝힌 은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출하겠다’가 아닌 ‘대출을 검토하겠다’는 건 혹시 증권사가 부도날 것 같으면 한국은행이 돈을 빌려줘서 막을(것을 검토할) 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시장에서 돈 있는 이들이 증권사가 발행하는 PF ABCP를 사라는 뜻입니다.

 

한국은행의 이 메시지가 시장에 잘 전달돼서 한국은행이 증권사를 지원하는 것으로 믿고 문제의 ABCP를 시장에서 사들이면 한국은행은 증권사에 돈을 빌려줄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은행이 의지를 밝힌 것만으로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구조입니다만 시장이 그걸 믿어주느냐가 문제입니다.

(원래 금융시장은 신뢰가 사라지면 모든 게 다 문제이고 신뢰가 살아있으면 모든 게 괜찮은 시장입니다.)

 

원래 이 PF 대출은 과거에는 저축은행들이 하던 사업입니다.

그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저축은행들이 PF대출이 뇌관이 되어 쓰러지면서 저축은행들은 손을 떼도록 한 사업입니다.

그걸 증권사들이 하다가 역시 코로나 금융위기를 맞아서 증권사들이 쓰러질 형국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도 PF대출을 안 하면 아파트를 못 짓습니다. 그러니 누군가는 이 위험한 대출을 해줘야 하고 폭탄을 돌리다가 위기가 오면 늘 문제가 불거집니다.)

 

저축은행들이 쓰러질 때는 쓰러지도록 놔뒀던 한국은행이 증권사들은 왜 도우려고 하느냐는 문제, 증권사도 개인 소유의 사기업인데 한국은행이 특정기업에게 대출해주는 걸 어떻게 정당화하느냐의 문제, 경기가 좋을 때는 증권사들이 PF대출을 통해 돈을 벌고 경기가 나빠져서 위기가 오면 한국은행이 도와줘서 위기를 넘기는 이 구조에 불공정함은 없느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