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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뉴스

연준, 물가 인하가 아닌 인상이 목표?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통화정책을 좀 바꿔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전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핸들 같은 것이어서 ‘좀 바꿔보겠다’는 정도에도 전 세계 투자자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오늘은 1.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이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2. 왜 그렇게 마음먹게 됐는지 3. 그게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연준의 발표를 한줄로 요약하면 ‘평균물가목표제를 공식화했다’는 것입니다.

좀 쉽게 풀어보면 그동안 연준은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리고 물가가 내리면 금리를 안 올리는(더 내리는) 식으로 정책을 펴왔지만 앞으로는 물가가 올라도 금리를 올리는 걸 좀 참고 미루겠다는 뜻입니다.

물가목표제에서 평균물가목표제로 바꾼다는 건 그런 의미인데요.

물가만 보는 게 아니라 평균물가를 보겠다는 뜻입니다.

즉 물가가 한두번 오르는 건 그냥 보고 지나치고 물가가 긴 기간동안 평균적으로 볼때 평균으로 봐도 꽤 올랐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금리를 올리겠다는 겁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물가가 좀 오르더라도 금리 안 올릴 테니 겁먹지 마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연준은 겉으로는 ‘물가’를 언급하지만 속마음은 ‘고용’을 제일 걱정합니다.

실업률이 낮아지고 고용이 괜찮아지면 연준은 그동안 금리를 올리려고 노력했는데요.

그 이유는 그런 상태를 그냥 그렇게 놔두면 경기가 과열되고 임금이 금방 올라가고 물가가 올라가서 연준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려야 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자동차가 잘 달린다고 속도가 올라가는 걸 그냥 놔두면 갑자기 커브가 나오거나 할 때 차량이 전복되는 일이 생기니 미리 미리 브레이크를 밟아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설명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연준은 실업률이 낮아지고 고용이 좋아지더라도 임금이 오르거나 물가가 오르는 일이 과거와는 달리 잘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최근 경험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에 미국 실업률이 떨어지고 고용이 늘어나는데도 임금이 잘 올라가지 않는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연준은 그래서 고용시장이 좀 더 뜨거워지더라도 과거처럼 급하게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쪽으로 통화정책의 계획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연준의 설명일 뿐이고 실제로 연준이 이런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하는데 별다른 수단이 없는 상황 때문에 꺼내든 카드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금리도 더 이상 낮출 곳이 없고 앞으로 계속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뉘앙스도 계속 전달했는데도 시장이 뭔가 더 강한 것을 원하고 있으니 물가가 꽤 계속 오르더라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평균물가목표제’라는 새로운 카드를 한장 더 내놓은 것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연준의 가장 큰 고민이면서 연준이 제일 두려워하는 상황은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는 상황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들이 앞으로 물가가 어느정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바로 그 수치입니다.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가 연 2% 정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0% 또는 1%면 그 금리를 낮다고 인식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물가가 오르지 않을 것(물가상승률이 0%일 것)이라고 믿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0% 또는 1%라면 사람들은 그 금리도 매우 높은 금리라고 생각합니다. 

시중금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물가상승률보다는 더 낮아야 그 금리가 경기 부양을 촉진하는 저금리가 된다는 뜻입니다.

 

연준의 걱정은 이제 제로금리여서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여지가 없는데 사람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아래로 내려가면 제로금리조차 높은 금리로 받아들이는 순간이 올텐데 그러면 도무지 뭘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 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 물가를 올리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올리든 어떻게든 물가를 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균물가목표제는 그런 인식을 배경으로 도출된 정책변화입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이런 정책변화로 인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생길 것이냐 아니면 아무 변화없이 지금과 같은 저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냐를 놓고 뜨겁게 논쟁하고 있습니다. 일단 단기적인 반응은 <연준이 그렇게 물가상승을 용인한다면 물가가 오르겠지> 라는 예상이 우세합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오른 것은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전망이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다시 바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다시 바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다 좋은데 그럼 어떤 수단으로 물가를 올리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연준은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는 저절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정말 경기가 좋아져야 오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앞으로 우리 회사가 잘 돼서 여러분들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더라도 나는 여러분들의 연봉이 너무 높으니 이제 그만 올리자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말한 것과 비슷합니다.

어떤 직원은 “그런데 사장님 저희 평균연봉은 지금 3000만원도 안되는데요. 그런 걱정은 평균 연봉 1억원을 어떻게 만들지부터 생각하고 나서 하는게 순서 아닐까요”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