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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뉴스

30대가 영끌해서 주택을 사는 이유

 

서울 아파트 구매자 중에서 30대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6880건 중에서 36.9%인 2541건을 30대가 샀다고 합니다.

반올림하면 10채 중 4채를 30대가 구매했다는 뜻입니다.

올 초부터 계속해서 40대 구매비중을 앞서고 있는데 6월부터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연달아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입니다. 

30대가 서울에서 아파트 주요 구매자로 떠오른 셈입니다.

 

시장에서는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로 내집마련에 나서며 매수세를 주도했다고 분석합니다.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아서, ‘더 늦어지면 집을 사기가 어려워 질 것’ 같아서 불안해진 30대가 ‘패닉바잉’에 나서면서 구매비중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30대의 위험한(?) ‘영끌’ 집 사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규제 덜 받는 30대 매수

30대의 구매비중이 올라간 것은 법인 등 기타 구매자 비중과 50~60대 구매비중이 줄어들고, 40대 구매비중이 정체된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6.17 대책과 7.10 대책으로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대출과 세금 규제가 더 강력해지면서 40~60대 유주택자나 법인은 집을 추가로 구매하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실제로 전월대비 8월 아파트 거래가 다른 연령대보다 더 크게 줄었습니다.

 

반면에 생애최초 구매자나 무주택자가 많은 30대는 부동산 규제가 덜해 상대적으로 내집마련이나 주택 투자를 계속해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규제 영향으로 다주택자나 법인 주택 투자가 감소하면서 30대가 갑자기 주택 투자가 더 뛰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 30대가 많이 산 지역

앞선 8월 서울 아파트 연령대별 거래현황 통계에서 30대 구매비중이 높은 지역은 ▲강서구(46.5%) ▲성북구(45.0%) ▲성동구(44.5%) ▲동작구(44.1%) ▲서대문구(43.3%) ▲동대문구(43.2%) ▲구로구(42.6%) ▲마포구(41.5%) ▲영등포구(40.1%) 등입니다.

 

최근 30대 구매비중이 더 높아지긴 했지만 이들 지역은 대체로 30대 구매비중이 원래 높은 곳입니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새 아파트 지역으로 탈바꿈하면서 가격이 급등한 곳도 눈에 띄지만 상대적으로 서울에선 중저가 아파트들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입니다.

도심 업무지구와 가깝거나 새로 업무지구가 들어서면서 젊은 직장인들이 늘어난 곳도 있죠.

집값이 비싼 강남권이나 주요 업무지구에서 떨어진 지역은 상대적으로 30대 구매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집값 수준과 직장 위치에 맞춰서 30대 수요자들이 평범한 내집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 30대는 청약 당첨이 힘들다

또 하나 원인이 있습니다. 

30대가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어려워졌단 점입니다.

지난달에 청약 접수를 마친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는 당첨 커트라인이 69점이었습니다.

청약가점 69점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최소 45세가 돼야 받을 수 있는 점수입니다.

30대는 청약 당첨을 노리기 힘들어졌습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계획도 발표됐지만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 무주택자는 당첨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서울에는 공급되는 주택 수도 많지 않습니다.

실제 입주까지 시간도 상당히 걸릴 테죠.

결국 기다릴 수 없는 30대가 기존 아파트를 사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물론 투자 목적도 없다고 볼 순 없습니다.

최근 20~30대 젊은 층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투자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긴 했습니다.

신규 주식계좌 개설, 금융권 대출, 부동산 거래 등 다양한 지표에서 30대 이하 젊은 층이 주요 고객군으로 지목되고 있죠.

이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업계의 마케팅 열기도 뜨겁습니다.

욜로 소비 대신 노후를 위한 투자와 자산관리에 관심을 갖는 젊은 세대의 성향과 시장 진입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습니다.

 

30대의 ‘패닉바잉’, ‘영끌’ 대출은 도심 집값 안정과 꾸준한 공급, 그리고 새 아파트 당첨 가능성을 높여줘야 진정될 것 같습니다.

이번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계획에서 생애최초, 신혼부부 특공 등의 기준을 완화하고 공급을 늘리기로 했지만 일찌감치 청약을 포기하고 주택 구매를 고민하는 젊은 주택 수요가 여전히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