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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뉴스

작은 집만 늘어나는 시대가 온다

1인당 주거 면적은 주거의 질과 관련이 높은 수치입니다.

주택보급의 양적 지표는 주택보급률이나 인구 1000명당 주택수로 측정을 하는데, 주택의 질은 1인당 주거면적이나 주택의 평균 방의 개수 등으로 파악하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의 양적인 측면에서 주택 공급이 OECD 최하위 수준이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최하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 중요한 이유

그런데 최근 부동산 정책의 흐름은 점점 더 작은 주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질적 지표'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시장 측면에서는 작은 주택이 더 늘어날 것입니다.

사람들은 점점 큰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데, 작은 주택만 늘어나면 의외로 큰 집 가격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 '공시지가 6억 원' 이라는 선

2019년 공시가격 예비 가격이 발표되었고 4월 30일에 확정 발표됩니다.

주지하다시피 공시가격은 재산세나 종부세, 그리고 양도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2018년 9.13 정책 이후에 존재감이 급부상했습니다.

세금 부과의 중요 기준은 '공시가격 6억 원' 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공시 가격 6억 원 이하인 부동산과, 같은 면적이면서 공시 가격은 6억 원을 넘는 부동산이 같은 단지 내에 있을 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시장에는 ①단지 내 모든 아파트가 공시 6억 원을 넘는 고가 단지 ②단지내 모든 아파트가 공시 6억 원이 되지 않는 저가 단지 ③마지막으로 단지내 어떤 아파트는 6억 원을 넘고, 어떤 아파트는 6억 원을 넘지 않는 혼성 단지의 3가지 종류가 존재하게 됐습니다.

(원래 한 단지 내에 같은 평수지만 공시 가격이 다른 아파트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공시 가격 6억 원'이라는 기준이 워낙 중요해지면서 이런 분류가 의미 있어졌습니다.)

 

가령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일부 단지는 전용 59㎡(25평)의 경우 2019년 공시 가격(안)이 평균 5.68억 원으로 2018년의 4.71억 원 대비 20% 상승했지만 6억 원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단지 내 전용 59㎡ 중 로열층/로열동의 경우 공시가격 6억 원을 넘는 호수도 존재합니다.

 

부동산 공시 가격 역시 당연하게도 향/동/층이나 위치 등에 따라서 달라지는 시세를 반영할 수 밖에 없어서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관건은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한 경우와 이하인 경우에, 투자목적으로 주택을 매수한 다주택자가 내야 할 양도세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 입니다.

 

■ 작은 평수가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다

9.13 대책 이후 공시 6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경우에는 10년간 임대등록을 한다고 하더라도 공제 없이 양도세를 최대 68.2%의 세율로 내야 하니 누진공제를 반영해도 실효세율이 60%를 넘습니다.

 

가령 10년 보유 후 양도차익이 10억 원이 생기더라도 현행 세법이 유지된다면 그 중 6억 원 넘는 금액을 양도세로 내는 것입니다.

반면 공시 6억 원 이하이고 85㎡ 이하여서 10년간 임대등록을 한 후 매각한다면, 내야 할 양도세는 약 1.7억 원 수준으로 실효세율 17%로 확연히 낮아집니다.

 

그래서 공시 가격 6억 원이라는 숫자는 다주택 주택 투자자들이 주택을 매수할 때 반드시 확인하는 숫자가 될 수 밖에 없는데, 같은 단지 내에서 다른 공시 가격대가 존재하다 보니 이상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한 단지 내 전용 84㎡인 30평형대 아파트는 공시 6억 원을 넘고, 전용 59㎡(25평) 이하의 아파트는 6억 원이 되지 않는 단지들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령 판교 삼평동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용 59㎡는 5.7억 원으로 공시 가격이 상승했지만 여전히 6억 원 이하이고, 전용 84㎡는 2018년 5.6억 원에서 2019년 7.1억 원 정도로 큰 폭으로 상승하며 6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판교를 좋은 투자처로 판단한 투자자가 있다면 그는 아마도 같은 단지이므로 공시 6억 원 이하인 전용 59㎡의 부동산을 매입하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을 선택할 것 입니다.

그렇게 하면 양도세를 17% 내고, 그렇지 않고 전용 84㎡를 매수한다면 양도세를 65%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역도 아니고 같은 단지 내에서 이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어떤 형태로든 한 번은 왜곡될 거 같습니다.

공시 가격 6억 원이 만들어 낸 부동산 투자의 방향은 이처럼 다소 엉뚱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 오히려 대형 평수 인기 늘어날까?

2019년 공시 가격의 상승 추세를 맞아, 그래서 같은 전용면적 85㎡ 이하라도, 전용 59㎡ 이하인 25평 형대가 전용 84㎡인 30평 대보다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인기를 구가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1~2인 가구가 중심이 되면서 소형평형의 수요가 높아졌다는 인구/가구적 트렌드 속에, 세법 역시도 주택공급이나 주택의 투자수요를 보다 더 작은 평형대로 몰고 있습니다.

 

이 현상이 지속되다 보면 어느새 대형주택의 공급이 희소해지면서, 대형 면적의 주택(전용 85㎡ 초과)의 인기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2007~2010년에 공급했던 대형주택들의 주택 가격의 하락이 컸던 관계로, 시장에서 대형 평형에 대한 수요는 아직은 크지는 않더라도 말이죠.

 

1인당 주거면적이 지난 15년 동안 10㎡ 증가해서 33㎡이 되었듯, 앞으로도 5~10년간 10~15㎡ 증가하여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1인당 40~45㎡의 주거공간을 요구하게 될 겁니다.

 

이런 고급화되는 수요에 맞춰 넓은 집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대형 면적을 선호하게 된다면 앞으로 대형주택은 종전보다는 인기가 높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대형주택들은 더구나 1990년대 신도시의 그것처럼 방의 수가 5~6개로 많은 게 아니라, 방의 수를 2~3개로 적게 유지하는 평면을 제시하고 있어서 2인 가구 트렌드에 정확히 부합하고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비유하자면 큰 집 하나에 방 하나하나가 작은 집처럼 침실/욕실/드레스룸/부엌을 보유하는 그런 평면들입니다.

미래에 어떤 주택형이 인기를 더 끌게 될지 기대되는 요즘입니다.